응급환자만 태워야할 사설구급차 업체 80곳중 10곳, 불법영업 “OK” “10년째 요금동결 탓” 정부에 화살 진짜 응급환자 장시간 방치 일쑤
“불법인 건 아시죠? 기록 안 남게 현금으로 주셔야 할 것 같네요.” 부산에 있는 한 사설 구급차 업체 관계자는 25일 기자가 ‘해운대 호텔에서 김해공항으로 급하게 가야 하는데 구급차 이용이 가능하냐’고 묻자 “30만 원만 주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약 30km 거리에 1시간가량 걸리는 구간이지만 “(사이렌을 켜고) 30분 안에 데려다줄 수 있다”고도 했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환자 이송 등 외에 사적인 용도로는 구급차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30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사설 구급차 업체 중 일부가 웃돈을 받으며 사실상 ‘불법 택시’처럼 영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탈법 영업 때문에 정작 구급차가 급하게 필요한 환자들이 이용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환자 연기 해달라” 요구도
“불법 아니냐”고 묻자 “문제없다”며 도리어 안심시키는 업체도 있었다. 한 사설 구급차 업체는 “원하는 목적지에 내려도 문제는 없지만 불안하면 목적지 근처 병원에 내려주겠다. 그러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른 업체는 “우리 직원이 간호사인데 구급차에 같이 탈 테니 환자인 척 연기만 해 달라”며 “대신 이송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용은 현금으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불법 영업 근절 대책 마련 중”
일부 업체들은 불법 영업의 이유를 묻자 “10년째 이용 요금이 동결된 탓”이라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보건복지부에서 사설 구급차 요금을 정하는데 기본요금이 2013년 정해진 일반 구급차 3만 원, 중환자 대상 특수 구급차 7만5000원에서 10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는 “차량 보험료와 기름값을 내고 나면 손익분기점도 넘기기 힘든 업체가 상당수”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사설 구급차 업체들이 총알택시 영업을 하는 동안 의료 현장에선 구급차를 제때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전문의 최석재 씨는 “응급실에 내원한 심근경색 환자를 대형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사설 구급차 확보가 늦어져 30분 넘게 방치된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서지원 인턴기자 연세대 문화디자인경영학과 졸업
이수연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