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30대 여풍’의 그늘] 자녀없는 79%가 경제활동 참여 자녀있는 30대女는 54% 그쳐 일터 돌아온 워킹맘 시간제 내몰려
《30대女 고용 증가 이면엔… “아이 대신 일 선택” 대부분 비정규직
고용시장에 ‘30대 여풍’이 거세다. 지난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6.4%로 5년 전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30대 남성의 참가율이 오히려 뒷걸음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일터에 엄마들이 돌아온 게 아니라 아이 대신 일을 선택한 여성이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또 늘어난 여성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일·가정 양립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대 여성이 일자리 회복세를 이끌며 고용시장에 ‘30대 여풍’이 불고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일터에서 사라졌던 ‘워킹맘’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미혼, 딩크족 등 아이 대신 일을 선택한 여성들이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일터로 돌아온 여성들마저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다.
● 자녀 있는 30대 여성, 절반만 경제활동
일터와 취업전선에 뛰어든 30대 여성이 크게 늘어난 건 아이 대신 일을 선택하는 여성이 더 많아진 결과라는 뜻이다. 실제로 자녀 유무에 따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 10명 중 8명(78.7%)은 일하고 있거나 일을 구하고 있었다. 자녀가 있으면 이 비중은 10명 중 5명(53.5%)으로 뚝 떨어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세는 미혼, 딩크족이 늘어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며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여건도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자녀 양육은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저출산 현상의 심화와 함께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세 둔화, 연금 및 정부 재정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여성 일자리 질도 제자리걸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은 떨어진다. 올 8월 여성 비정규직은 456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2000명(1.4%) 늘었다. 반면 남성 비정규직은 2.6%(9만6000명) 감소했다. 여성 비정규직 중에서도 시간제 근로자 증가세(6.6%·16만9000명)가 특히 두드러졌다. 늘어난 시간제 근로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었다.
출산과 함께 회사를 관둔 장모 씨(33)도 아이가 6세가 된 올해부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루 3시간씩 주 4일 일하며 최저시급을 받는 그는 “주휴수당을 위해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싶었는데 그런 자리는 없었다”며 “아이가 더 크면 정직원으로 취업하고 싶은데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경력단절 여성을 피하는 것 같아 자신이 없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늘어난 30대 여성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인 시간제 일자리”라며 “정말로 일·가정의 양립이 되려면 여성들이 원래 있던 직장으로 돌아가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