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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찢고 나온’ 굿즈 만드는 비결 대공개! [브랜더쿠]

입력 | 2023-11-01 10:00:00



‘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스파오에 재직하며 짱구·해리포터 등 히트 상품을 연이어 기획했던 유튜버 빠퀴. 과감히 퇴사 후, 더 무궁무진한 영역에서 어른이들을 위한 굿즈를 만들고 있다. 그가 만든 굿즈라면 덕후들은 믿고 구매한다. 덕후 취향 저격하는 굿즈를 만드는 노하우를 비롯해, 쉬지 않고 일하며 55만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가 된 과정을 들어보자.



‘만찢’ 굿즈 기획 비결

유튜버 빠퀴가 만든 브랜드 댄꼼마에서 출시한 <스즈메의 문단속> 쉬폰 포스터와 짱구 수납함_출처 : 댄꼼마


BRDQ. 현재까지 본인의 브랜드 댄꼼마에선 ‘짱구’와 ‘스즈메의 문단속’ 굿즈를 제작했다. 작품 선정 기준이 있는가.

빠퀴(박휘웅). 좋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라이선스 위주로 선택한다. 댄꼼마는 올해 론칭해 많은 상품이 나오지는 않았다. 짱구야 워낙 자신이 있었던 라이선스라 가장 먼저 계약했고, 스즈메의 문단속은 영화가 히트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 계약했다.

감사하게도 처음 출시한 스즈메의 문단속 굿즈가 와디즈 서버가 다운되고, 콜라보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히트를 했다. 스즈메 목걸이는 반기 동안 CGV 콤보를 포함해 3만개 이상 판매했다.

쉬폰포스터, 목걸이, 잠옷, 티셔츠 등 <스즈메 문단속> 굿즈.  와디즈 펀딩 금액이 7억 3000만 원에 달한다_출처 : 댄꼼마


판권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협업할 때 겪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계약이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회사 다니면서 쌓아놓은 네트워크와 신뢰가 있어서 대표님들이 믿고 맡겨 주시는 편이다. 콜라보레이션은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원작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그 틀 안에서 조율하고 제품을 풀어나가야 한다. 아이디어가 나와도 모두 구현할 수 없고, 작품 가이드에 맞춰 몇 번이고 수정이 들어간다. 이 시간이 일반 제품 만들 때보다 훨씬 길게 들어가기에 어렵다. 이 과정에서 처음 생각했던 좋은 아이디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울 때도 많다.

매번 설문이나 시장 조사를 꼼꼼하게 한다고 들었다.

사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망하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하나하나 물어보다가 설문조사까지 하게 된 거다. 라이선스별로 고객 타겟층이 다르고 고객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그 라이선스 고객에 관한 공부 없이 들어가면 헛다리 짚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꼭 작품은 정독을 해야하고 설문조사나 덕후 인터뷰 등도 꼭 진행한다. 덕후의 마음은 덕후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덕질을 직접 해본 사람만이 심쿵 포인트를 잘 잡아낼 수 있다.

제품마다 디테일이 살아 있어 덕후들이 더 열광하는 것 같다. 노하우가 있는가.

제품을 기획할 때, 작품 돌려보며 계속 아이데이션을 한다. 마케팅의 핵심은 1초 만에 고객을 사로잡는 것이라 생각한다. 딱 봤을 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거!’라는 생각이 드는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 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싸고 좋은 제품은 없다는 것이다. 본질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 남는 게 적더라도 퀄리티를 좋게 만들면 고객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개인적인 노하우가 있다면 30년간 쌓아온 덕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댄꼼마에서 출시한 초코비 수납함. 상세 페이지를 만화책 페이지처럼 연출했다_출처 : 댄꼼마



유튜브 이전에 온라인 마케터

모든 유튜브 영상은 "빠방하이"로 시작한다. '빠방'은 구독자 애칭이다_출처 : 유튜브 채널 빠퀴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릴 때 꿈이 마케터였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SNS를 마스터하려고 노력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카페 관리를 했고, 대학교 때는 파워 블로거로 활동했다. 회사에 재직할 때도 페이스북 페이지만 20개 넘게 만들고, 인스타 팔로워 1만 명 정도를 모으면서 온라인 마케팅에서의 전문성을 꾸준히 키웠다.

유튜브도 고민 없이 바로 시작했다. 닉네임은 별 고민 없이 어렸을 때 부터의 별명인 ‘빠퀴’로 정했다. 이렇게 잘될 줄 알았으면 어감이 좋은 닉네임을 쓰고 브랜딩도 신경 썼을 거다(…). 지금도 너무 아쉽다.

구독자 수 상승에 탄력을 받았던 계기나 콘텐츠가 있다면?

영화, 애니 채널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처음에는 영화 콘텐츠를, 두 번째에는 짱구 콘텐츠를 했는데 운 좋게 두 개가 처음부터 잘됐다. 특히 짱구 콘텐츠는 일주일 만에 조회수 50만회가 넘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고 자리 잡을 때까진 짱구로 계속 시리즈를 만들었다. 구독자층이 생긴 후에는 콘텐츠 및 구독자층을 다양화하기 위해 타깃에 맞는 추억의 애니들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료 조사 등은 어떻게 하는지?

우선 애니메이션을 직접 보면서 영상 각이 잡히는 아이디어를 계속 노트에 쓴다. 확실히 어렸을 때 볼 때와 달리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별생각 없이 봤던 장면에 ‘집값은 얼마일까?’, ’짱구 아빠 학벌은 어떨까?’, ’과거는 어땠을까?’ 등의 세속적인 으른이의 관점을 더하니 색다르게 느껴진 것 같다. 이런 세속적이면서 쓸데없는 질문들을 적은 후 답이 나오는 것들을 찾아서 영상으로 만드는 편이다.

짱구 외에도 2030 세대라면 공감할 만한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다룬다_출처 : 유튜브 채널 빠퀴



다른 일도 하고 있는데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한편 제작에 시간이 얼마나 드는가.

최근 몇 년간은 일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덕질이 일이 됐으니 일이라고 생각 안하고 한다. 이전에 한 영상에서 한 편 제작에 26시간 걸린다고 언급했는데 머리가 잘 돌아갔을 때의 이야기다. 요즘은 최소 35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다행히 마음 맞는 PD가 편집부터 많이 도와주고 있어, 주로 자료조사(8시간), 대본(10시간), 녹음(2시간) 위주로 작업해 시간을 단축했다.

유튜브와 브랜드를 동시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시너지가 엄청나다. 어느 정도 구독자가 모이고 나서는 사업을 염두하고 애니 쪽 위주로 업로드하면서 준비하다 보니, 채널 브랜딩과 브랜드 브랜딩이 일정 부분 비슷하게 움직여서 광고 효과도 더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영상을 만들면서 그 작품에 대해 공부도 하고 댓글 반응도 미리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제품에 활용하기도 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문제 해결도 반복하다 보면 패턴이 보인다

빠퀴가 작곡, 작사에 참여한 자작곡_출처 : 멜론


위기나 난관에 봉착했을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루는가.

극 T 성향이라 문제나 위기가 생기면 해결하는 데에 집중한다. 인간관계든, 불의의 사고든 피하려고 하면 걱정이나 리스크가 더 커지더라. ‘이미 벌어진 일 어떻게 하겠어’라고 상황에 직면해서 해결하려 노력한다.

그다음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곤 한다. 문제 해결도 반복하면 패턴이 보이고, 스트레스 역치가 높아져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문제를 찾아서 해소하면 되니 크게 걱정이 없다.

일 외에도 자작곡 음원 출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해온 것 같다.

항상 스스로를 설명할 때 ‘잡기에 능하다’라고 표현한다. 아직 마케팅, MD 외에는 어떤 영역에 재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들보다 실행력이 강한 편이라, 마음먹은 건 꼭 해내야 하는 습관이 있다. 몇 년에 한 번씩 버킷리스트를 쓰고 거기에 있는 건 다 해내려고 한다. 챌린지 재미있지 않나. 신기하게도 2년 전 썼던 버킷리스트 목록의 대부분을 이뤄서 다시 써야 한다.

좌우명과 인생관이 ‘행복하게 살자’다.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빼곡히 채워서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한다. 하루하루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선뜻 과거로 다시 돌아가기도 싫고 더 잘할 자신도 없다. 이게 곧 '오늘의 내가 가장 행복한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나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

국내 최초 ‘덕후 전문가’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4차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살았다. 의견은 항상 무시당하고 주류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보니 서러운 순간도 많았다.


지금은 덕후가 전문가로 존중받는 시대다. 뭔가에 끝까지 몰두하고 좋아해 본 사람들은 특정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적중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이런 덕후들이 기죽지 않게 커리어를 개발하고 특기를 살릴 수 있게 만드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인터비즈 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