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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한달새 7조 몰리자… ‘급전 창구’ 캐피털 자금조달 한숨

입력 | 2023-11-01 03:00:00

예금 이자경쟁 막으려 한도 풀어
은행채 10월 34% 늘어 올해 최대
캐피털-카드사 채권금리는 올라
저신용 이용자들 금리인상 우려




올해 10월 들어 신용도가 우량한 은행들이 발행한 ‘은행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수신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한 결과다.

시장에서 우량채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채 공급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카드, 캐피털 채권(여전채)에 대한 투자 수요는 위축되고 있다. 그 결과 여전채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으로 급전을 마련하는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7조11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약 34.2% 증가한 수준으로 올 들어 가장 많은 규모다.

은행권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채권 발행을 최소화했다. 당시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막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AAA’로 사실상 파산 위험이 없는 공공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대응해왔던 은행권이 채권 발행을 재개한 것은 금융당국이 발행 한도를 없앴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벌어진 예·적금 유치 경쟁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 4분기(10∼12월)부터 은행채 발행에 숨통을 틔워줬다. 수신 경쟁이 예금 금리를 높이고, 이것이 금융권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은행채 순발행액이 크게 늘면서 카드, 캐피털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우량 채권인 은행채가 시중 자금을 흡수하면서 여전채의 발행 여력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여전채 금리는 5%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등급 AA―인 3년 만기 여전채의 평균 발행 금리는 연 5.27%로 전월 대비 0.29%포인트 상승했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금융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신용도 A+ 수준의 캐피털사는 경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1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려면 연 6.5%의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데, 대출금리를 최소 8% 중반으로 책정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채 금리 상승이 단기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9월 말 기준 전업카드사 8곳(롯데·현대·신한·삼성·비씨·KB국민·우리·하나)의 현금서비스 금리는 평균 17.51%로 1년 전(12∼13%)보다 높아졌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최고 19% 수준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리볼빙(일부 결제대금 이월 약정) 잔액은 7조5024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분간 여전채 금리 상승이 전망되며 이에 따라 소상공인, 저신용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서민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걸 막기 위해 법정 최고 금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