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1~9월 ‘달러’ 게시 3523건 환전 수수료 절감… 개인간 거래 급증 5000달러 넘는 사적 거래 신고 의무 당국 “모든 거래 규제엔 현실적 한계”
“1만 달러 이상 거래도 많이 해봤습니다.”
본보 기자는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달러를 판다’고 글을 올린 이에게 “7000달러를 사고 싶은데, 규정 위반이라 걱정이 된다. 혹시 문제없겠느냐”고 문의해 봤다. 그러자 그는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내왔다. 현행 규정상 개인 간에 5000달러가 넘는 금액을 거래할 때는 외환 당국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없이 해당 금액을 거래하면 불법인 것이다. 이 외에도 본보 기자가 중고거래 플랫폼에 비슷한 게시물을 올린 2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모두 “7000달러 이상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미국 달러’ 게시글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선 1.8%,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57.4% 늘었다. 지난해부터 킹달러 현상으로 외환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 간 달러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31일 원-달러 환율은 1350.5원으로, 연초(1272.6원)에 비해 80원 가까이 올랐다.
통상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검색만 잘하면 시중 환율보다 싸게 달러화를 구할 수 있는 데다 은행 환전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어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올 2월에 미국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박모 씨(29)는 “여행 후 남은 450달러를 그냥 두고 있다가 환율이 크게 오른 올 10월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았다”며 “네이버의 현 시세 기준으로 올렸음에도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서인지 하루에도 6명에게 바로 거래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 당국, “개인 간 거래 일일이 단속 어려워”문제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규정을 위반해 달러가 거래되는 일도 빈번하다는 점이다. 현행 외국환 거래 규정은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5000달러가 넘는 개인 간 거래는 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정을 어기면 금액에 따라 과태료나 벌금,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개인 간 외화 거래가 무분별하게 일어나면 급격한 외화 유출이나 자금 세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관리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수많은 사적 거래를 일일이 규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금융당국의 관리 영역도 아닌 데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 관계자는 “기술을 활용해 고액 거래나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반복적인 외환 거래를 제재하고 있다”며 “시스템 강화를 위해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는 “중고거래 플랫폼은 단속을 더 철저히 하고, 당국은 외환 거래 규정에 대한 홍보를 해서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