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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매출 부풀리기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IPO 무기 보류될듯

입력 | 2023-11-01 03:00:00

본사-자회사, 운수사와 각각 계약
금감원, 분식회계 판단… 감리 착수
업계 “IPO 겨냥 몸값 높이려 편법”
카카오측 “회계감사서 적정 의견”




서울에서 운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2021.09.15. 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카카오의 자회사이자 국내 1위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3000억 원대 ‘매출 부풀리기’ 정황을 포착하고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금융권에선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모빌리티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회계법인의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고, 외형 부풀리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에 이어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까지 파헤치면서 재계 순위 10위권 카카오를 둘러싼 ‘위기론’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 2개의 계약, ‘동일 계약’ 판단 여부가 핵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7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IPO 계획이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회계심사를 벌이던 중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부터 IPO를 추진해왔다.

이 사건의 핵심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이 운수회사와 각각 맺은 ‘업무 제휴 계약’과 ‘가맹 계약’을 동일하게 볼 것인지 여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 운임의 20%를 로열티로 받아 매출로 잡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차량 배차 플랫폼과 전용 단말기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 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있다. 가맹 택시 업체들이 카카오T 플랫폼에 차량 이동 데이터를 제공하고 광고나 마케팅에 참여하면 운행 건수 등의 조건에 따라 별도의 수수료를 주는 것으로 이는 운임의 15∼17% 정도다.

금감원은 2가지 계약이 사실상 하나의 계약인 만큼 로열티에서 가맹 택시 업체에 제공하는 수수료를 제외한 부분만 매출에 반영해야 하는데, 카카오모빌리티는 20%의 로열티를 전부 매출로 잡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연간 매출액 약 7914억 원의 절반인 3000억 원가량을 이런 방식으로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계약이 별개의 건이기 때문에 20%의 로열티를 전부 매출로 인식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로열티를 받는 것과 가맹 택시 업체 측에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은 각각 독립된 계약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하나의 건으로 회계 처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IPO 목적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매출을 부풀린다고 해도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현금 흐름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낮아져 회사의 가치가 낮아지고 상장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모빌리티 IPO 무기한 보류 전망


금감원은 이러한 의혹에 대한 감리 절차가 끝나는 대로 감리위원회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의결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리위원회를 통과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려 최종 확정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IPO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감리 결과를 확정해야만 상장 예비심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 IPO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겹악재’를 맞고 있다. 금감원은 이 사건뿐만 아니라 올해 2월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카카오 관련 사건을 들여다 보고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