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키운 HUG 부실]
경매 넘긴 주택 4채중 1채만 낙찰
평균 405일 걸려… 총금액 16% 손실
10채중 7채는 악성 임대인 주택… “전세사기범 무거운 형벌 적용해야”

뉴시스
하지만 이 돈은 바로 회수되지도, 모두 회수되지도 못했다. 경매가 15차례나 유찰되면서 1억8000만 원이던 감정가격이 792만 원까지 떨어졌는데도 낙찰자가 없었다. 낙찰가는 물론 보증금까지 내야 해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HUG는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는 걸 포기하고 경매를 다시 시작했고, 올해 9월에야 이 집은 1억2111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에 넘어간 지 3년이 지나서야 떼인 보증금의 72.1%만 돌려받은 것. 나머지 4689만 원은 HUG가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았다.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돈(대위변제액)을 받기 위해 경매에 넘긴 전세사기 주택 4채 중 1채만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에 따른 회수 실적도 저조한 가운데 경매가 그나마 끝난 주택도 400일 이상 걸려 떼인 보증금의 79%만 돌려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매 중인 주택의 떼인 보증금은 9200억 원이 넘지만, 이 중 7600억 원은 여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 “경매에 부친 주택 전세금 81.8%는 미회수”

경매로 회수한 대위변제액도 미미하다. HUG는 금액으로 치면 총 9263억987만 원 규모의 주택을 경매에 부쳤는데, 이 중 81.8%인 7579억1593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아직 경매에서 낙찰되지 않은 주택들은 경매신청일로부터 평균 336일(31일 기준)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보증금 1억8000만 원이 걸린 서울 강서구 B 빌라는 2021년 11월 감정가 2억2200만 원으로 경매가 시작된 후 2년 동안 8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3725만 원까지 최저가격이 내려갔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전세가격이 한창 치솟았던 시기의 보증금을 HUG에 돌려줘야 해서 빨리 낙찰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HUG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악성 임대인’ 주택 손실이 더 커
전세사기로 신규 전세보증 수요도 폭증하고 있는 만큼 HUG 손실이 더 큰 규모로,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홍 의원은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가 늘면서 올해 상반기(1∼6월) 순손실(1조3281억 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며 “손실을 줄이기 위한 보증료율 현실화 및 차등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 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대규모 전세사기범은 범죄단체조직죄 등 무거운 형벌을 적용하고, 검경이 주도적으로 징수 방안을 모색해야 혈세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책임지는 보증 상품.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갚은 보증금은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경매를 통해 회수한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