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 정아영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간호사 학대로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 정아영 양(5) 심장을 이식 받은 아이의 주치의가 최근 아영 양의 부모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영 양은 2019년 10월 20일 일 부산 동래구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지 5일 만에 바닥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 2019년 10월부터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던 아영 양은 올해 6월 28일 결국 사망 선고를 받았다. 유족은 아영이의 장기를 또래 친구 4명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30대 여성 간호사가 아영 양을 바닥에 떨어트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간호사는 아영 양의 얼굴을 수건으로 때리고, 던지듯이 내려놓는가 하면 발목을 잡고 거꾸로 들어올리기도 했다. 학대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아영 양의 유족들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이가 세상에 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아영이가 어디선가 다른 몸에서 살아 숨 쉬길 바라고 다른 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아영 양의 심장을 이식 받은 아이의 주치의 A 씨는 아영 양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이의 근황을 전했다. 장기기증자와 수혜자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면 안 된다는 규정으로 인해 이 편지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영 양의 부모에게 전달됐다.
편지에서 A 씨는 “저는 아영이의 심장을 기증받은 아이를 400일 가까이 돌본 주치의”라며 “다인실 창문을 통해 보던 세상이 전부이던 아이가 덕분에 비로소 흙도 밟고, 집에서 또래 아이처럼 지내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생명 유지 장치 줄에 매여 살던 아이의 기적과 같은 일상은 모두 아영이와 힘든 결정을 해주신 아영이 부모님 덕분”이라며 “오래오래 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영이를 기억하겠다. 아영이 부모님도 아파해 하지만 마시고 아영이 만나는 날까지 웃는 날도 많으시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