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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들었는데 장기요양 판정 전 사망…대법 “보험사 지급의무 없다”

입력 | 2023-11-01 13:15: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장기요양 판정 결과에 따라 진단비 지급이 결정되는 보험에서 피보험자가 판정 결과가 나오기 전 숨졌다면 보험사가 진단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DB손해보험이 사망한 피보험자 A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3월 DB손해보험의 ‘장기 간병 요양 진단비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으로 인정됐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적혔다. 구체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 등급판정위원회로부터 1~3등급의 장기요양 판정을 받은 경우’로 명시됐다.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하면 보험계약은 소멸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씨는 2017년 6월1일 공단에 장기요양 인정 신청을 했고 일주일 뒤 공단 실사팀이 병원을 찾아 실사를 했는데 A씨는 같은 날 오후 숨졌다. 공단은 약 2주 뒤 사망한 A씨에 대해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내렸다.

이후 DB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소송을 냈고 A씨의 배우자는 보험금 청구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쟁점은 피보험자 사망 뒤 나온 장기요양 판정이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였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은 A씨가 사망하면서 소멸하는데 등급판정이 사망 이후 이뤄졌으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보험기간 중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원인으로서 장기요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번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소멸하므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이라는 보험금 지급사유는 피보험자 사망일 이전에 발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급여는 피보험자의 생존을 전제로 하므로 장기요양 인정 신청인의 사망 후에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할 수 없다”며 “등급판정위원회가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장기요양등급을 판정했더라도 법률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등급판정위원회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하기 전에 피보험자의 사망 사실을 알게 돼 판정을 하지 않은 경우, 피보험자가 장기요양인정을 받을 정도의 심신상태에 이르렀지만 장기요양인정을 신청하기 전에 사망해 판정을 받지 못한 경우와 다르지 않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