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병동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간호대 증원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는 2019학년도부터 전국 간호대 입학정원을 매년 전년 대비 700명씩 늘려왔지만, 여전히 임상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더 많은 규모의 증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간호인력 전문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결정하기 위한 제1차 회의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지난 4월 발표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정부 위원, 간호대 교수, 임상 간호사, 소비자 단체 등 각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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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관계자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700명을 증원하고 있는데 내후년부터는 증원 규모를 더 늘려 매년 약 1000명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대 증원은 현재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보다 논의가 쉽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간호계도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임상 간호사 인력 부족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어 증원 규모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증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간호계는 위원회를 만들고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왔고 이제야 이게 실행이 된 것”이라며 “정부가 간호대 정원을 늘려오긴 했지만 아무 대책 없이 무분별하게 증원만 해와 매년 1만명의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임상 간호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 OECD 평균 임상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8명이다.
더 큰 문제는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는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약 48만1000명이었지만 임상 간호사는 52.6%(25.4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OECD 국가 중 면허 간호사 대비 임상 간호사 비율은 최하위권이다.
간호직 공무원, 119소방대, 장기요양시설 등 보건의료 연관기관에서 종사하는 인원을 포함해도 간호사 전체 활동률은 약 73% 수준이다.
이는 현직에 있는 간호사들도 입학 정원 증원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는 데 동의한다.
한 대학병원에서 30년째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간호사가 부족한 건 뽑을 인력이 부족한 것보다 일하던 간호사들이 이탈하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며 “특히 3교대 근무에 일이 힘들다 보니 신입으로 들어와 아이를 가질 때가 되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도 “간호사 업무가 고되니 신입을 뽑아도 몇년 일하다 그만두는 일이 많아 가장 중요한 허리 연차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뽑아놓고 훈련이 돼 있는 인력의 이탈을 막는 대책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양질의 간호 인력을 양성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지난 4월 발표하고, 두 달 뒤부터 ‘간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을 추진해 60개 의료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또 속칭 ‘PA 간호사’(수술실 보조 등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대신하는 간호사)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진료지원인력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7차례 회의를 해왔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간호인력 전문위원회를 시작으로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간호인력 수급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정부는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