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1일 MBC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병립형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도가 낫다”며 이 같이 말했다. 소수 정당의 진입이 유리한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해 ‘야권 연합’ 200석을 만들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겠다는 것.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선거제도를 정해야 하는 정개특위가 법정 선거구 획정 기한(3월 10일)을 이미 한참 넘기고도 여야 간 협의를 도출해내지 못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번째 기한 연장을 한 가운데 “거야(巨野)가 결국 내년 총선에서도 사실상의 위성정당을 띄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골목상권처럼 다양한 정당들이 가져가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253개의 소선거구(지역구)는 양당이 독식해 국민들 선택지가 너무 제한되지 않나. 그러니 나머지 47석만큼은 소수정당들이 가져가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갑자기 제안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47석의 골목상권 안에 거대 양당이 그냥 뚫고 들어가서, 이것도 나눠 먹자는 것”이라며 “병립형의 다른 이름은 양당 카르텔법”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 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해 “(위성정당은) 제가 가진 모든 걸 걸고 막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법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하면 국민의힘 위성정당은 정당성이 약화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연합 200석을 만들어주시면 (민주당이) 그 안에서 맏형 노릇을 하겠다, 저희도 변하겠다, 이렇게 얘기하면 충분히 1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정당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야권 연합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단독 200석 불가능하다. 욕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연동형 비례제도가 유지돼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 민주진보 소수정당들이 의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같은 ‘야권 연합설’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그게 결국 사실상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직접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띄우지 않는다 하더라도, 친명(친이재명) 원외 조직이나 조 전 장관이 신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연합하면 그게 결국 유권자들 눈엔 위성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