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공대생, 환자 돕는 사업가로 1999년 방영 드라마 ‘허준’ 보고, 자퇴 후 중의학-물리치료학 공부 지난해 10월 소형 의료기기 개발… 턱관절-거북목 통증 완화에 도움 일본 기업과 10억 원 수출 계약… “3년 내 매출 1000억 원 목표”
김태훈 씨가 개발한 턱관절 통증 완화용 휴대용 의료기기인 ‘에이크리스’.
“드라마 ‘허준’에 빠졌던 제가 아픈 사람의 치료를 돕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돼 있네요.”
피티브로의 김태훈 대표(47)는 1일 턱관절 통증 완화용 휴대용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2월 3년 과정의 경남정보대 물리치료과를 졸업했다. 지난해 10월 학교 동료와 창업한 피티브로에서 ‘에이크리스(AcheLess)’라는 턱관절과 거북목의 통증을 완화하는 소형 의료기기를 만들어냈다. 이 제품 1만 개를 내년 3월까지 납품하는 계약을 일본 기업과 최근 맺었다. 제품 수출로 얻게 된 매출은 약 10억8300만 원.
지난달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메디컬 저팬 2023 박람회’에 참석한 피티브로 김태훈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박람회에 자사 제품인 ‘에이크리스’를 출품한 김 대표는 일본 기업과 10억8300만 원 규모의 제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 김태훈 씨 제공
에이크리스 개발은 2021년 부산시와 부산대가 연 ‘치의학 산업 사업화 전국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1등상을 받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평가에 참여한 의사를 비롯해 경남정보대 교수 등은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후 김 대표는 의료기기 동아리였던 피티브로를 벤처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사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턱관절 장애 환자는 2015년 약 35만 명에서 2019년 41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관련 질환은 유년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에이크리스로 집에서 자녀를 치료하려는 부모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과 중국 등에 제품을 수출해 3년 내 매출 1000억 원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준 학교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교내 창업공간인 K테크밸리에 입주해 다양한 장비를 무상으로 쓸 수 있었고,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교수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00세 시대를 사는 40, 50대 중년에게 ‘함께 도전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 30대에 한 번 꺾였던 꿈이더라도 계속 공부하며 좇다 보면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