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근형 사회부 차장
서로에 대한 칼날을 숨기고 있어서였을까. 당시 모임을 지켜본 이들은 분위기가 퍽 화기애애했다고 돌이켰다.
올 7월 11일 옛 경기지사 공관인 수원 도담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만났던 자리 얘기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의 4번째 공식 회동이었다.
당시 한 참석자는 “누가 여당이고, 야당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오 시장은 “3개 시도가 지속해 논의하면 복잡한 과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유 시장도 “‘오직 국민, 오직 나라’라는 대명제에 공감하면서 문제에 접근하자”고 말했다. 김 지사는 “행정구역과 당리당략을 넘어섰다”며 웃었다.
발단은 서울시가 9월 11일 수도권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경기도와 인천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발표 약 일주일 전 공문을 보내 참여를 타진했다고 한다. “협의 요청이 아니라 통보”라는 반발이 나올 만했다. 특히 7월 회동에서 오 시장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에 김 지사뿐 아니라 같은 여당 소속인 유 시장 측도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아쉬운 건 경기도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심하던 김 지사는 기후동행카드 발표 한 달여 만에 불참을 선언했다. 그 대신 교통비 20%를 환급하는 ‘The 경기패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 주민들의 혼란이 불 보듯 뻔함에도 일단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서울시의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했던 상황에서 김 지사가 통 크게 협의에 나서며 ‘윈윈’하면 어땠을까.
여기에 인천까지 자체 카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나서며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3인방의 치적 쌓기 경쟁이 지방선거 1년여 만에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정치적 셈법이 수도권 주민들의 편익보다 앞선 셈이다. 세 단체장의 협치 분위기를 반겼던 2600만 수도권 주민들은 불편한 시선으로 이들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 김포시 서울 편입 논란까지 불거지며 불협화음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1일 “도시가 발전하고 확장하면서 주변 도시와 경계가 이어지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긍정 검토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 지사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김포 편입 논란이 자칫 서울 인접 12개 기초단체로 확산될 수 있고, 김 지사의 ‘경기북도 구상’을 무산시킬 수 있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강화군과 서구 사이가 김포로 단절된 인천 역시 논란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