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0총선을 1년 앞둔 올 상반기(1∼6월) 국회의원들이 받은 정치후원금 액수에는 여야 간 뚜렷한 특징이 나타난다. 국민의힘에선 김기현 대표, 권성동 이철규 박성민 등 핵심 당직을 맡거나 친윤 실세로 불리는 의원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강성 모임인 ‘처럼회’ 소속 초선 의원들 등 강경파가 10위권에 다수 포진했다.
여당에선 힘 있는 곳에 돈이 몰린다는 상식 그대로였다. 대통령과 맺은 인연으로 핵심 당직을 맡고 대통령 옹호에 큰 목소리를 내거나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한 의원들에게 후원금이 집중됐다. 이들은 선거가 없는 올해 모금 한도(1억5000만 원)를 상반기 6개월 만에 웃돌거나 거의 다 채웠다. 그만큼 후원금이 밀려들었다는 뜻이다. 집권당이 용산 대통령실의 하부 조직처럼 기능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동안 친윤 실세들은 기업 협회 단체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두둑이 챙긴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집중된 후원금은 이들의 여권 내 위상을 재차 확인시키면서 외부 민원과 청탁이 더 몰리는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강성 초선들이 받은 거액의 후원금 역시 대결 정치로 얼룩진 21대 국회의 한 단면이다. 대통령 공격이건 이재명 대표 방어건 이들의 센 발언에 강성 지지층이 열광하며 슈퍼챗이나 별풍선 쏘듯 후원하고, 여기에 힘 얻어 더 강한 발언이 나오는 악순환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강성 정치는 국회에서 장관급 인사들의 공격적 답변으로 이어지면서 정치를 후퇴시켰다. 처럼회 안에서도 김용민 최강욱 김남국 등 발언과 행실에서 물의를 빚었던 3인의 후원금 액수가 높다. ‘여고야저’ 구조에서도 6개월 후원금이 평균 9000만 원에 이른다. 대다수 중진 의원들보다 더 많은 액수로, 극렬 지지층이 어떤 것에 열광하고 지갑을 여는지를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