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꿈틀대자 반년새 대출 3.3%↑ 중국인 4채중 1채, 시중銀 돈 빌려 고금리에 연체율 상승세 ‘비상’ “상호주의 따른 규제 필요” 목소리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자 지난해 주춤했던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에서 외국인에게 내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다시 불어나 2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외국인 대상 주담대의 절반 이상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 위기 속에서도 중국인들은 국내 부동산을 지난해보다 더 많이 사들였다.
● 외국인 주담대 2조3000억 원 돌파
외국인 대상 주담대가 늘어난 것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들이 주택 거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집계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건수는 2만1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173건)과 비슷하다. 특히 국내 부동산 큰손인 중국인의 올해 투자는 9059건으로 전년(8985건) 대비 늘었고, 8월 이후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외국인 투기 부동산 연체율도 ‘비상’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로 외국인 대출자들의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대상 주담대의 평균 금리는 2021년 연 2.97%에서 올해 6월 말 연 4.40%로 상승했다. 외국인 주담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연체율은 0.09%에서 0.18%로 치솟았다. 아직은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출을 받아 투기성 주택 거래를 했다 연체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국내 금융기관과 세입자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국에서 금융 조달이 가능한 외국인들은 국내 부동산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니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국의 일부 지역은 외국인이 1년 이상 거주해야만 주택을 매입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런 제한이 없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제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에 주소지를 두지 않은 외국인이 주택을 매수할 경우 위탁관리인을 지정해 인적사항을 신고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820억 원으로, 9월(682조3294억 원) 대비 3조4526억 원 늘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