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화의료원 이끈 ‘이대동대문병원’ 116년의 역사 돌아본다

입력 | 2023-11-02 03:00:00

이대서울병원 ‘역사라운지’ 개관
1892년 어려운 이들 도우려 설립



이화의료원과 이대동대문병원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대동대문병원 역사라운지가 이대서울병원 지하 1층에 248㎡(75평) 규모로 개관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까지 116년간 이화의료원의 발전을 이끌었던 이대동대문병원의 역사가 이대서울병원 내 역사관에서 다시 태어났다.

이화의료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지하 1층에서 이대동대문병원 역사라운지 오픈식을 개최했다. 이대동대문병원은 서울 종로구에서 1892년부터 2008년까지 운영됐다. 이후 이화의료원은 2008년 동대문병원 부지 매각대금을 마중물로 삼아 이대서울병원 부지를 매입했다. 이대서울병원에 ‘이대동대문병원 라운지’를 만든 이유다.

이대동대문병원 역사라운지 조성은 2019년 이대서울병원 개원 당시 보구녀관(한국여성을 위한 최초의 진료소)을 복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공간을 찾은 의료원 구성원들은 이화의료원의 설립 정신과 가치에 눈을 떴다. 이대서울병원 마당 한쪽에 세운 119㎡(36평)의 전통 기와집 보구녀관은 병원 가족들과 의대생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유경하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의료기관은 다양한 직군이 근무하는 공간으로, 서로 다른 생각과 개성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핵심 가치가 필요하다”며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의 설립 정신과 이를 이어간 이대동대문병원의 기록을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1887년 보구녀관에서 시작한 136년 이화의료원 역사 중 이대동대문병원이 존재한 기간은 116년에 달한다. 구한말 더 낮고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윌리엄 스크랜턴은 1892년 서울 동대문에 보구녀관의 분원인 볼드윈 진료소를 설립했다. 이것이 바로 이화의료원 동대문 시대의 시작이자 이대동대문병원의 탄생이다. 이후 환자가 많아지자 릴리언 해리스 기념병원(동대문부인병원)을 새롭게 지었고 1913년 보구녀관을 완전히 통합해 개원했다.

릴리언 해리스 기념병원은 1915년 12월부터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 분만 사업을 시작했다. 병원에서 해산 문화를 정착시켜 수많은 산모와 신생아의 사망률을 낮췄으며, 당시 만연하던 난임 문제까지 해결했다. 광복 이후 1946년 동대문부인병원은 한국 최초로 문교부에서 종합대학 승인을 받은 이화여대 부속 동대문병원이 됐다. 이대동대문병원은 116년간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여럿 썼지만 2008년 이대목동병원과 통합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이화의료원은 이대동대문병원을 다시 의료현장 중심에 부활시켰다. 이대서울병원 지하 1층에 위치한 동대문역사라운지는 248㎡(75평) 규모로, 전시장에 들어오면 이대동대문병원의 모든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화의료원은 개관 첫 기획 전시로 ‘W.F.M.S.,한국 초기의 여의사들에게 길을 비추다’를 준비했다. 미국 감리교 해외여선교회(W.F.M.S.)의 도움으로 보구녀관부터 경성의학전문학교, 동경여자의학전문학교 등에서 학업을 마치고 여의사가 돼 동대문부인병원에서 근무한 의료인 22명의 각종 기록을 전시한다.

유 원장은 “근·현대 한국 여성 의료의 핵심이었던 동대문병원에서 근무했던 선구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화의료원뿐”이라며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의료의 본질 가치인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이들의 정신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