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의 예방과 치료 초기 증상 없다가 실명에 이르기도… 환자 늘고 있지만 현재 완치법 없어 안압 상승-고도 근시-당뇨병 주의… 40세 이상 매년 안과 검진 받아야 적은 양의 술도 실명 위험성 높여… 걷기-등산 등으로 안압 낮춰줘야
녹내장을 예방하려면 금주 금연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시력 검사도 병행해야 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초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시신경 이상으로 점점 시야가 좁아지며 실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질환이 있다. 녹내장이다. 녹내장을 ‘시력을 훔치는 침묵의 도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재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안압하강제를 점안해 질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는 “녹내장의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 녹내장 환자는 전 세계에 760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2040년에는 1억118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2021년 기준 국내에서만 녹내장 환자 수는 107만여 명이나 된다. 김 교수와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이시형 교수의 도움말로 녹내장 건강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안압 상승과 고도 근시에서 잘 생겨
녹내장 주요 위험 요인은 안압 상승이다. 눈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섬유주라는 구조물을 통해 유출되며 눈의 일정 안압을 유지한다. 어떤 강한 압력으로 시신경이 눌려 점점 손상되고, 방수 유출에 문제가 생기면 안압이 오르고 녹내장으로 진행된다.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은 고도 근시다. 정상 안구 길이는 22∼24mm인데, 고도 근시는 안구 길이가 29∼30mm로 길어지며 망막 두께가 얇아지고, 시신경 모양에도 변형이 생겨 녹내장성 손상에 취약해진다. 그 외 40세 이상의 나이, 녹내장 가족력, 혈액 순환 장애, 고혈압, 당뇨병 등이 녹내장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 녹내장 의심 시 눈 검사를 통해 파악
일단 초기 증상이 없는 만큼 만 4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녹내장을 앓는 가족이 있거나 과거 눈 외상, 근시, 당뇨병 등이 있었다면 그전부터 주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낮추고 시신경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시신경을 보호해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방법은 안약 점안이다. 안약 효과가 작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레이저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만약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녹내장 수술의 종류는 크게 섬유주 절제술과 방수유출장치 삽입술 등이 있다. 섬유주 절제술은 칼로 안구 결막을 절개한 뒤 방수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고, 결막으로 다시 덮어 물주머니를 만드는 수술이다.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눈에 얇은 관을 넣어 몸통 뒤쪽으로 물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결막을 절개하지 않고 눈 안쪽으로 진입해 얇은 관을 삽입하는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
● 녹내장 금주 유산소 운동이 필수
안과 전문의들도 아직 녹내장이 처음에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녹내장으로 인한 심각한 시력 손실과 실명을 예방하는 방법은 있다. 무엇보다 알코올 섭취를 피해야 된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진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금주를 결심한 환자들은 녹내장 진단 후 음주를 지속한 환자들에 비해 실명 발생 위험도가 약 37% 낮았다. 김 교수는 “녹내장 진단 후에는 과다한 음주뿐만 아니라 소량의 음주도 실명 위험을 유의하게 높였다”면서 “예를 들어,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과량 음주자(주 105g 이상)는 실명 위험이 약 1.78배 증가했고 소량 음주자의 경우에도 약 1.5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녹내장을 진단받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항산화 효과가 있는 야채·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금연도 필요하다”면서 “안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유산소 운동을 중점적으로 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는 걷기, 자전거, 등산, 수영, 줄넘기 등이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꾸리’와 같이 고개를 숙이는 자세나 특정 요가 자세는 안압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면 시 엎드린 자세 역시 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만일 코골이가 심할 경우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도 녹내장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