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재편 K쇼어링] 인건비 비싼 서유럽보다 ‘효율적’ 전기차 ‘유럽 생산거점’으로 인기 기업 구인경쟁 치열… 인력난까지
국내 배터리 업체 A사는 동유럽의 한 국가에서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문제는 현지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 시설을 늘리는 만큼 공정에 투입할 직원도 새로 뽑아야 하는데 구인 경쟁이 너무 심하다. 완성차, 배터리, 소재 할 것 없이 유럽 내 거의 모든 공급망이 동유럽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동유럽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기업 간 인력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전기차가 팔리는 유럽 시장을 노리고 동유럽에 생산 전초기지를 세우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건비가 비싼 서유럽 대신에 인접 지역을 거점으로 삼는 ‘니어쇼어링’에 나선 것이다. 유럽 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이라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 동유럽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동유럽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주요 완성차 생산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도 덜하지만 무거운 배터리의 효율적인 유통 판매를 위해서는 공장을 짓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소재 기업들도 동유럽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SKIET는 2021년 10월부터 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에서 분리막 1공장을 돌리기 시작했고, 내년 초 2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3∼4공장도 내년 중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C 역시 내년 완공을 목표로 폴란드에 연산 5만 t 규모의 동박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 배터리 및 소재 기업 약 10곳이 동유럽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이다.
최근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주요국의 실업률은 5% 안팎이다. 이직자, 구직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으로 보는 3%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이철원 대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의 누적된 투자로 지금은 현지 인력만으로는 충당이 안 돼 벨라루스, 세르비아 등 인접 국가로부터 인력을 들여오고 있을 정도”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이마저도 불확실성이 커져 아시아로까지 인력 수급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