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반·렉서스,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장으로 위장 멜로니 "모두가 탈출구 필요하다는 것 이해하고 있다" "이민 문제 伊 스스로 해결하라고 한다…EU 도움 안 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사칭한 러시아 장난 전화에 유럽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멜로니 총리 측은 해당 전화가 실제로 이뤄진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1일(현지시간) CNN, 텔레그래프 등 외신을 종합하면 멜로니 총리는 러시아 코미디언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보반)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렉서스)의 장난 전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모든 면에서 많은 피로가 쌓인 것 같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이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순간에 다가갔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문제는 국제법을 파괴하지 않고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탈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북아프리카 등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입성하는 많은 이민자에게 첫 도착지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러한 조건에도 국제 협력국이 이탈리아가 겪는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그들(국제 협력국) 모두가 이탈리아 혼자 이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며 “이는 정말 어리석은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가 올해 아프리카 이민자 12만 명을 수용했고,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은 어떠한 실질적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내용은 쿠즈네초프와 스톨야로프가 이날 13분 길이의 멜로니 총리와의 통화 녹음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멜로니 총리실은 성명을 내어 AU 집행위원장을 사칭으로 속인 이들에게 속아 통화한 일을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통화는 멜로니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아프리카 정상과 회의를 앞둔 시점인 지난 9월18일에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전에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존 매케인 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영국 유명 가수 엘튼 존 등에게도 장난 전화를 시도한 전력이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