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꺼둬도 알아서 돌아가면서 자동으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방치형 게임 장르의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금이 부족한 인디 게임사들이 주로 선택하는 비주류 장르였지만, 최근에는 넷마블, 엠게임 같은 코스닥 상장된 대형 게임사들도 집중하면서 주류 장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 이 같은 자동 전투 기능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직접 조작하지 않고 그냥 켜두고 지켜보는 게 무슨 게임이냐며 비판을 받았는데요. 이제는 이런 방치형 게임이 시장에서 인기 장르로 자리매김한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구글 매출 2위로 뛰어오른 ‘세븐나이츠 키우기’ / 출처=넷마블
국내 시장에서 ‘리니지W’, ‘나이트크로우’,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리니지M과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형 MMORPG을 모두 밀어내고 2위까지 오른 것은, MMORPG, 수집형RPG, 모바일 전략 등 주류로 평가되는 장르에서도 나오기 힘든 기록입니다.
방치형 게임은 말 그대로 이용자가 특별한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캐릭터가 성장하고 재화가 쌓이게 됩니다. 넓게 보면 이전 90년대에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다마고치’도 이와 비슷한 계열이라 하겠는데요. 요즘에는 성장의 재미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치형RPG가 대세입니다.
잠깐잠깐 확인만 해도 알아서 성장하는 것이 방치형 게임의 가장 큰 특징 / 출처=게임동아
이처럼 방치형 게임의 인기가 높아진 결정적 이유는 장르 특유의 편리함 덕일 텐데요. 업무로 바쁜 직장인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MMORPG 장르도 자동 전투가 기본 기능이라 그냥 켜두면 자동으로 플레이되지만, 업무에 필요한 스마트폰에서 항상 게임을 켜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에 집에 있는 PC로는 게임을 켜두고, 스마트폰으로는 확인만 하는 링크 시스템을 지원하는 MMORPG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인스턴스 던전 등 직접 조작해야 하는 게임도 여전히 많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MMORPG는 바쁜 직장인에게 많은 부담이 됩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월드레이드 / 출처 카카오게임즈
이에 비해 방치형 게임은 게임을 끈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플레이되면서 레벨을 올릴 수 있기에 게임에 매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즉 기본 유료 아이템 몇 개 장착해두면 알아서 레벨이 오르기 때문에, 잠깐잠깐 실행해 그동안 쌓인 재화 보상을 확인하거나 아이템 장착 상황만 관리하면 계속 직접 플레이하는 경우와 큰 차이 없이 성장할 수 있죠. 시간이 많이 필요한 MMORPG와 달리,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잠깐 짬 내도 충분합니다.
게임을 꺼도 게임 재화가 쌓이니 직장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 출처=게임동아
대형 게임사들이 방치형 게임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면서, 요즘은 MMORPG 못지 않은 그래픽 품질을 보여주며 콘텐츠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MMORPG 외 다른 장르에서도 오프라인일 때 보상을 지급하는 방치 모드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방치 개념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점차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리니지M으로 대표되는 MMORPG와 직접 비교하기엔 이용자 수나 매출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 하지만 ‘세븐나이츠 키우기’ 사례에서 보듯, 이제 대형 게임사들도 본격적으로 방치형 게임 분야에 뛰어든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바, 좀더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