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한국 사회에 살면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일명 ‘종북세력’이라는 사람들도 봤고 일본에 우호적인 이른바 ‘친일파’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어봤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은 ‘한국 역사에서 조선을 삭제하고 싶다’는 분들이었다. 종북과 친일은 적어도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역사에서 조선을 삭제하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참 신기했다. 아니, 이들 말에 따르면 고려 이후 한국인들은 600년간 우주라도 갔다가 1945년에 다시 지구상에 내려왔다는 말인가?
사실 필자도 좀 궁금했다. 왜 한국의 지폐, 동상 등 여러 기념물에는 대한민국보다 조선의 역사가 더 많이 투영돼 있을까.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름 공부하고 취재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한국이 현재 분단국가이고, 가장 최근 통일국가였던 때가 조선 시대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통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에게 ‘남북은 원래 하나’였던 모습을 자꾸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보니 남북이 통일돼 있었던 가장 가까운 과거, 즉 조선 시대를 대한민국 역사보다 더 많이 끄집어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런데 요즘 조선이 불편하다 못해 더 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까지 나온다. 광화문에서 조선 시대 위인인 이순신과 세종대왕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제안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필자 생각에 이들은 어느 시대 사람임을 떠나 생애 자체로 기릴 만한 위인들이다. 이순신 장군의 경우 한국사에서는 물론이며 인류 전체 전쟁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해전을 펼친 장군이다. 그의 생애와 그가 펼친 전술과 전략을 보면 가히 세계 해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세계인들도 기억해야 하는 위인이 아닐까 싶다.
세종대왕도 마찬가지다. 인류 역사에서 세종대왕만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군주는 드물다. 세종은 과학자들을 지원함은 물론 그 스스로 과학 연구에 직접 참여해 조선의 과학을 한 차원 끌어올린 깨어 있는 군주였다. 그 덕분에 창제된 한글은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한 문자일 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중추가 되었다. 태국에서는 태국 글자를 만든 람캄행 대왕을 너무도 존경해 감히 그 이름을 입에 담지도 못한다고 한다.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쯤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