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천초는 흔히 산초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산초나무는 주로 가을 초입에 꽃을 피우는데 초피나무는 5∼6월에 꽃을 피운다. 산초는 기름으로 많이 사용되는 반면 천초는 주로 약재로 쓰인다. 지리적으로 볼 때도 산초는 함경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나지만 천초는 남부지방과 중부지방 해안지대에서 주로 생산된다.
천초는 조선시대에는 전염병을 물리치는 데에도 쓰였다. 특유의 강한 향기와 뾰족한 가시, 살충 성분은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기(邪氣)를 몰아내는 벽사(辟邪)의 용도로 사용되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세시풍습을 담은 ‘형초세시기’에는 “1년 동안 전염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정월 초하루에 도소주와 초백주를 마셨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때 도소주는 천초·방풍·백출·진피·계피가 주재료였고 초백주는 천초 7개와 측백나무 잎 7개를 넣어 빚은 술이었다. 두 술 모두에 천초가 들어간다는 점을 미뤄 보면 전염병 예방과 퇴치에 있어 천초의 옛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천초는 예나 지금이나 이비인후과 질환의 약재로 각광받고 있다. 영조 18년 좌의정 송인명은 치통으로 고생하던 영조에게 천초탕을 추천한다. 이 외에 천초는 가을철 비염으로 막힌 코를 그 특유의 맵고 알싸함으로 뚫어주고 감각상피세포에 냄새 입자가 도달하도록 인도해 사라진 후각을 되찾아 준다. 한편 천초는 청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자석양신환’이라는 처방에도 들어가는데, 귀밝이술처럼 매운 성분으로 귀의 감각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숨은 약효를 보면 천초는 추어탕의 비린내를 잡는 향신료만으로 쓰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운 약재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