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기술고문의 얘기다. 독일 BMW 출신으로 2015년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그는 2018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차량 개발을 총괄하는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내다 1년여 전 독일로 돌아갔다.
김도형 기자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오래 고민하기보다는 빠른 행동으로 대응하는 전략.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삶이 압축된 두 단어 ‘이봐, 해봤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보여준 ‘현대속도’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도요타의 전기차 콘셉트카 ‘FT-3e’.
도요타는 최근 최고경영자까지 교체하면서 전기차 전환에 나섰다. 얼마 전에는 10조 원에 이르는 미국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도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 유럽,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도 일찌감치 뛰어든 이 격전장에 일본은 두어 발 늦게 발 디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도요다 회장의 이 말은 일본이 왜 전기차 대응에 늦었는지를 보여준다. 분산된 투자로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 여기엔 전기차 시장 판도를 충분히 살펴보면서 준비해도 지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세계 1위 기업의 자신감도 담겨 있겠다. 도요타는 충전 걱정이 없다는 장점을 앞세워 친환경차의 대안으로 새삼 각광받는 하이브리드차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도요다 회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질주하던 전기차가 과속방지턱 앞에 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 각국에선 중국 전기차를 막아내기 위해 장벽을 쌓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자국의 차 산업에 과연 유리하냐는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전기차의 미래는 더욱 안갯속이다. 과감한 도전과 신중한 준비. 한일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전기차 대응은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과속방지턱과 안개를 통과한 뒤가 궁금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