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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 일반그릇에 생일상처럼 차려도 돼요”

입력 | 2023-11-03 03:00:00

성균관, 제사 간소화 권고안 발표
부모님 기일 다르면 합치는 것도 가능
지방 대신 사진, 초저녁 제사 무방
음식 종류 축소… 멜론-양주 올릴수도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제시한 제사상 예시. 뉴스1

“제사상은 제기가 아니라 일반 그릇에 밥과 국만 놔도 됩니다. 생일상처럼 고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도 됩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화된 제사 권고안을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제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국민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해 차례에 이어 현대 사회에 맞는 간소화된 방식을 제안했다.

권고안은 제사용 그릇인 제기가 없다면 일반 그릇을 사용해도 되고, 부모님 기일이 다르면 합쳐서 제사를 지낼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지방(紙榜·종이에 써서 모신 신위)을 쓰기 어려울 경우 사진으로 대신해도 되고, 축문 역시 한문이 아니라 한글로 써도 된다고 밝혔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종류와 개수를 모두 줄였다. 위원회는 이날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올리는 제사인 기제(忌祭)의 경우 밥, 국, 술을 제외하고 포, 과일, 나물, 탕 등 음식 10가지를 내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3월 초 조상 묘에서 지내는 묘제(墓祭)는 술 외에 떡, 간장, 포, 고기, 과일 등 5가지만 올려도 된다. 위원회는 “외국 과일인 멜론, 고인이 좋아하던 양주도 제사상에 올려도 된다”고 했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선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 모두 함께 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제사 시간은 원칙적으로 조상이 돌아가신 날 처음 맞는 자시(오후 11시∼오전 1시)에 지내야 하지만 가족과 합의해 초저녁(오후 6∼8시)에 지내도 무방하다고 했다.

최영갑 위원장은 “그동안 마치 자기 집안을 자랑하듯이 성대하게 제사를 치르는 문화가 번졌는데 이는 옳지 않은 방식”이라며 “제사의 핵심은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앞서 위원회가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9%가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또 제사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제수 음식 간소화’(25.0%)가 꼽혔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김송현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