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매각’ 이사회 의결 사실상 구조조정… 노조 반대 거세 유럽, 여객노선 이관에도 신중 입장 美서 경쟁제한 소송땐 사실상 무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2일 화물 사업 분리 매각 등의 안건을 의결해 대한항공과의 통합에 한 발 더 나아갔다. 항공업계에서는 “최종 통합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 관련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일부 여객 노선과 한국∼유럽 전체 화물 노선의 독점 가능성을 강한 어조로 우려해 왔다.
● 화물 사업 매각도 산 넘어 산
뚜렷한 인수자가 나타날지도 변수다.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화물기인 B747은 평균 27년 이상 된 항공기들이어서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내년 12월까지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 매각을 끝내야 하는데,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져 제값을 받지 못하고 화물 사업을 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을 매각하면 화물기 조종사와 관련 인력들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다. 노조의 반대가 거센 이유다. 대한항공은 “고용 승계 및 유지 조건으로 화물 사업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종 인수자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미지수다.
● 유럽과 미국 승인까진 “아직 멀었다”
미국과 일본도 변수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에 착수한 이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EU와 미국, 일본 외의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미국 경쟁당국인 법무부(DOJ)는 최근 대한항공과의 회의에서 “EC에 제출한 최종 시정안이 DOJ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C가 허가를 내주면 미국은 자연스럽게 통합 승인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다. 미국은 경쟁제한성이 우려되면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이 일단 진행되면 수년이 걸려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앞으로는 양사의 이행 노력에 따라 심사 결과가 좌우될 것”이라며 “조속한 심사 종결을 돕기 위해 두 회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