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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우리 것이어야 1등”… 반도체 업계, ‘소부장 국산화’ 속도

입력 | 2023-11-03 03:00:00

[글로벌 산업재편 K쇼어링]
삼성-SK, 4년전 日과 무역갈등후
국내 부품-장비 협력사 집중 육성
네온가스-레이저설비 등 잇단 성과




“뼛속까지 한국 것이어야 진짜 반도체 1등이죠.”

최근 소재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도체 업계 행보에 대해 한 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장비와 소재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은 30%대다. 반도체 장비만 떼어놓고 보면 그보다 더 낮은 20%로 추정된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약 50% 수준이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4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반도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프렌드쇼어링’의 가장 대표적 산업이다. 한국 삼성전자가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대만 TSMC가 일본에 잇달아 공장 설립을 발표하는 등이 모두 반도체 동맹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소재나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적극적인 국산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4년 전 불거진 뒤 최근에야 해소 국면에 이른 한일 무역 갈등을 떠올리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핵심 소재를 직접 확보하는 데 적극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제논(Xe) 가스’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제논 가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 가스 중 하나다. 공기 중에 극미량만 포함돼 있어 대형 공기분리장치를 보유한 제철소에서 주로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포스코와 ‘반도체용 제논 가스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이 소재를 2024년부터는 국내에서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국내 업계 최초로 반도체 필수 원료인 ‘네온(Ne) 가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네온 채취를 위해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반도체용 가스 제조기업 TEMC, 포스코 등의 기존 설비를 활용해 네온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용량을 높여 내년에는 전량 국산품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실제 네온 가스 국산화 이후 수입 가격이 20%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두 반도체 회사는 부품이나 장비 국산화를 위해 협력사들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오테크닉스와 고성능 레이저 설비를 공동 개발했다. 싸이노스를 도와 식각공정 제조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내재화했다. 솔브레인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식각공정의 핵심 소재인 ‘고선택비 인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엔 반도체 공정 부품 전문업체 아스플로가 특수 가스가 이동하는 파이프와 튜브를 세정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SK 하이닉스는 2017년 부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해낼 잠재력이 높은 협력사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술 개발 및 자금 지원 등 20여 개 기업과 함께 반도체 장비와 소재,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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