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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파국적 위험 막게 협력”… 美-中-英 등 28개국 첫 공동선언

입력 | 2023-11-03 03:00:00

[AI 안전 정상회의]
英서 첫 ‘AI 안전 정상회의’
콘텐츠 조작-사이버 보안 등 글로벌 협력 ‘블레츨리 선언’ 채택
AI규제 주도권 놓고 경쟁 치열… 주요국들 규제 범위-강도 이견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미셸 도넬런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을 비롯한 28개국 과학기술 수장 및 관계자들이 1일 영국 버킹엄셔주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제1차 AI 안전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밀턴킨스=AP 뉴시스


미국 영국 중국 등 28개국과 유럽연합(EU)은 1일(현지 시간)부터 이틀 동안 영국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에서 “AI의 파국적 위험을 막도록 협력하자”며 세계 첫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미국과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중국까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협력 선언 이면엔 AI 산업 규제를 주도하려는 국가 간 기싸움이 치열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규제기관 설립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고, AI의 규제 범위와 강도를 두고 주요국별로 이견이 가시화됐다. 주요국들이 자국 AI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주도하고 타국 AI 산업에 진입장벽을 쌓아 AI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국제사회, AI 위협 인정”


1일 영국 버밍엄셔주 블레츨리 파크에서 개막한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28개국과 EU는 AI 안전에 관한 첫 국제 협약인 ‘블레츨리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AI가 사이버보안,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서 오용되거나 콘텐츠 조작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협력해 이를 해결할 것을 결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AI 개발자에게 시스템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정상회의에는 올 6월 AI 벤처기업 ‘xAI’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 겸 사장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수장도 대거 참석했다.

주요국들이 처음으로 AI를 단일 의제로 하는 정상회의를 갖고 공동선언에 나선 이유는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발전해 일상적인 경제·사회 활동은 물론이고 국가 안보 등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국들은 협력을 강조했지만 물밑에선 기싸움이 나타나고 있다. 개최국인 영국은 이번 회의 장소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한 현대 컴퓨팅의 발상지 블레츨리 파크로 정했다. 영국이 속한 연합군이 독일군의 전술을 가로채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이다. 게다가 영국은 미국의 암묵적 반대에도 중국에 초청장을 보냈다.



● 물밑선 ‘AI 진입장벽’ 구축 전쟁


AI를 규제하는 ‘AI 안전 연구소’ 설립을 두고도 미국과 영국이 맞붙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일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AI 안전 연구소 설립 포부를 밝힌 당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같은 연구소 설립 계획과 그 우수성을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도 같은 날 런던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한 연설에서 AI의 위험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긴급 조치를 촉구하며 AI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드러내려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은 수낵 총리에게 누가 ‘보스’인지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주요국들은 AI 규제의 범위와 강도에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AI가 생물·화학 무기 개발 등 극단적인 위험에 초점을 맞췄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현재 이미 가동되고 있는 AI 모델도 ‘실존적 위협’을 초래한다며 좀 더 광범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올 7월 강력한 AI 규제안을 발표한 중국은 국제 규제기관을 설립해 첨단 AI 시스템 등록을 의무화하고, 문제가 있으면 즉각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AI 규제를 이끌어 미래산업 패권을 굳히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스스로 규제해 달라고 하기 힘든데 이번에 기술 수준이 높은 기업들까지 참여해 규제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규제로 ‘진입장벽’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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