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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남편 반찬 챙겨준 아내…이혼 요구했다가 살해당했다

입력 | 2023-11-03 08:07: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별거 중인 상황에서 남편에게 반찬을 챙겨주던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가 살해당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반정모)는 지난달 2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남편 김모 씨(66)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 6월 아내 A 씨(62)가 가정폭력 등을 이유로 이혼을 언급하자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2018년 9월 김 씨와 A 씨 부부의 딸이 이비인후과 약을 먹고 돌연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뒤 뇌 손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 부부는 병간호에 힘을 쏟았지만 딸은 4년이 넘는 투병 끝에 지난 4월 사망했다.

아픈 딸을 돌보며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이들은 딸이 사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혼했다. 그러다가 8일 만에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재결합 후 김 씨는 흉기를 든 채 A 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며 딸의 사망보험금 중 5000만 원을 달라고 협박했다. 김 씨는 항의하던 아들을 때리기도 했다.

이에 아내와 아들에 대한 접근금지 임시조치 명령을 받은 김 씨는 서울 강북구 한 주택에서 혼자 지내게 됐다.

A 씨는 종종 김 씨의 거주지를 찾아 반찬을 챙겨줬으며 접근금지 임시조치 해제도 신청했다.

그러나 A 씨는 지난 6월 26일 김 씨 집에서 “아들이 같이 살지 말라고 했으니 다시 이혼하자”고 말했다가 김 씨에게 살해당했다.

김 씨는 15분가량 A 씨 목을 조르고 팔과 팔꿈치로 가슴 부위를 세게 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한 김 씨는 지난 8월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다. 그는 “아내로부터 ‘할 말이 있으니 일을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재결합을 기대했는데 이혼을 요구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랜 세월 부부의 인연을 맺어 온 배우자를 살해한 것으로 범행 수단과 방법, 동기,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사안이 매우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 남은 가족도 엄벌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사건 직후 자수하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김 씨 측 모두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