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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폭격에 가자지구 어린이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입력 | 2023-11-03 10:02:00

미 WP "가자 사망자 9000명 이상…5명 중 2명이 어린이"
가자 주민 230만 중 절반 18세 미만…"전쟁에 승자는 없다"
세이브더칠드런 "2019년 이래 세계 분쟁 사망 아동수 추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 지구가 어린이들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 시티의 집이 폭격으로 무너진 유세프 샤라프는 일주일 넘게 잔해 더미를 파헤치며 자녀 4명의 시신을 찾고 있다. 자녀들 외에도 부인과 부모, 형제 셋과 누이 둘, 삼촌 둘 부부와 그들의 많은 자녀들도 숨졌다.

그는 “모두 무고한 시민들이었다. 집이 안전하다고 믿었다”고 했다.

샤라프(38)는 지난달 25일 가자 난민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다가 아파트가 폭격 당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즉시 달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강력한 폭발로 고층 아파트가 무너진 상태였다.

11살인 말락, 6살 야스민, 3살 누르 등 세 딸과 10살 아들 말릭이 잔해에 깔렸다. 30여 명의 가족과 친척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조카 13명도 숨졌다. 라나는 16살, 할라는 11살, 자나는 9살, 주리는 6살, 툴린은 4살, 카림은 2살, 오베이다는 1살이다.

결혼 16년 만에 자식을 낳은 형 일가도 숨졌다. 샤라프는 “내 손으로 직접 형과 형수, 조카를 함께 묻었다”고 했다.

지난달 7일 가자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자 지구에서 3700 명 이상의 어린이가 살해됐다. 대가 끊긴 가족들이 목놓아 울고 있다.

◆3700명 이상 살해…대 끊긴 가족들 절규

팔레스타인 지역의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책임자 제이슨 리에 따르면 가자에서 숨진 희생자 5명 가운데 2명이 어린이다. 아직 발굴되지 못한 1000명 가량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그는 “매 10분마다 어린이가 살해되고 있다”고 했다.

가자 보건부는 가자에서 숨진 사람이 9000명 이상이라고 밝힌다. 이번 전쟁이 시발점인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어린이 10명을 포함한 1400여명이 숨졌다.

유엔 아동인권위원회는 지난 1일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에서 “어린이 수천 명이 숨지는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공격하면서 민간인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하마스 전투원과 민간인 희생자를 구분하지 않는 가자 보건부의 사망자 통계를 반박하면서 하마스가 전투원, 무기, 지휘소와 터널을 주거지역에 구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불과 3주 동안 가자 지구에서 희생된 어린이가 2019년 이래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숨진 어린이보다 많다고 세이브 더 칠드런이 지난달 29일 밝혔다.

제임스 앨더 유엔아동보호기금(UNICEF)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가자가 어린이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모두에게 생지옥”이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 어린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 인구 230만 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18살 미만이다. 대부분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장악한 2007년 이후 출생했으나 이스라엘의 봉쇄로 가자 지구를 벗어난 적이 없다. 대부분 가난에 시달렸고 제대로 된 의료, 교육이나 깨끗한 식수를 누린 어린이들은 거의 없다.

어린이들은 수십 명의 가족, 친척들과 함께 비좁은 아파트 건물에서 살거나 유엔 난민 시설이나 학교 등에 수천 명이 밀집해 지내왔다. 책상 밑에서 자야 했다.

집을 잃은 어린이들 일부는 길거리에서 생활하거나 텐트로 된 임시 수용소에서 지낸다. 가자 지구 모든 지역에서 식수와 식량, 의약품이 바닥이 난 상태다. 어린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탈수와 설사가 증가하고 있다.

밤낮으로 지속되는 수천, 수백만 이스라엘 포탄이 가자 북부에서 남부까지 하마스의 터널과 은둔지는 물론 주택, 학교, 교회를 때린다.

가자 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소아학과장 아메드 알-파라 박사는 의사들이 살 길을 찾아 떠나면서 병원으로 긴급히 후송된 어린이들을 돌볼 인력이 계속 줄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 부상도 전에 없이 심각한 수준

그는 “이스라엘 미사일의 파괴력이 엄청나다”면서 병원에 후송되는 어린이들 상당수가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파편에 맞거나, 심한 화상을 입거나 내출혈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파라 박사 뒤에는 신장에서 출혈이 있는 어린이가 온통 붕대에 싸여 있었다. 옆 침대에는 뇌출혈과 전신 화상을 입은 어린이가 있다. 다른 어린이는 계속 “신이시여(Ya Laaah), 신이시여”라고 비명을 질렀다.

나세르 병원과 가자 최대 병원인 알-시파병원은 산부인과 병동을 부상자 병동으로 전환했다.

가자 지구 모든 병원의 의사들이 어린이가 이번처럼 심하게 부상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자 북부 카말 아드완 병원 의사 후삼 아부 사피야는 “25년 동안 근무하면서 여러 번 전쟁을 겪었지만 이번 같은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비우도록 여러 차례 소개명령을 내렸지만 의료 인력이 환자들과 함께 남기로 결정했다.

아부 사피아는 “수백 명의 부상한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숨지게 된다”고 했다.

◆소개 명령 따라 남부 피신해도 폭격에 2개월 딸 잃기도

지난 8월18일 딸 쌍둥이 미스크와 마사를 낳은 샤하드(18)은 딸들이 크면 “친구처럼 지낼 것”으로 생각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미스크는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지 몇 주 안돼 전쟁이 터졌다. 닷새 째 되는 날 샤하드는 이스라엘의 소개 명령에 따라 수십 명의 가족들과 함께 가자 시티에서 남쪽 느세이라트로 피신했다.

지난달 18일 그들이 임시 거처하는 친지의 집이 폭격을 당했다. 태어난 지 2개월 1일된 미스크가 숨졌다. 누이와 사촌도 숨졌다.

신변이 위험해질 것을 걱정해 성을 빼고 이름만 밝힌 샤하드는 “여긴 안전한 곳이 한 곳도 없다. 내 꿈은 모두 헛된 신기루”라고 했다.

폭격을 당한 뒤 가족 전체가 다른 집으로 옮겼다. 10일 뒤 30시간 동안 가자 지구 통신이 전면 차단된 사이에 이스라엘군이 인근 이슬람 사원을 폭격했다. 인근 건물들도 파괴되면서 가족 중 9살 라나, 8살 하산, 9살 라나 등 아이들 셋이 숨졌다고 아이들 숙모인 사디아가 밝혔다.

사디아의 7살 조카 누란은 얼굴에 파편을 맞았다. 사디아는 “누란이 의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누란이 거울조차 마주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디아는 눈물을 흘리며 “뭐 때문에 전쟁을 하나. 희생된 아이들은 단지 숫자만이 아니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