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수확하던 팔레스타인 일가 가장 총격 살해하고 길가던 비무장 주민에 총질…“우발적 아닌 의도적 행동” 하마스 공격에 대한 분노 내세워 팔 주민 몰아내려 해
서안 지구 극우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이 심해지면서 양측의 충돌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길거리에서 세이지와 타임 차를 파는 행상 빌랄 모함마드 살레가 가족들과 함께 올리브를 수확하러 나섰다. 몇 세대 동안 가족들이 소유한 올리브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맺혀 있었다.
증인들에 따르면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 4명이 나타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가족들이 올리브 따기를 멈추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살레는 휴대폰을 두고 왔다며 부인에게 “가져 오겠다”고 했다.
가자 전쟁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린 사이, 가자보다 훨씬 넓고 복잡한 서안 지구에서 폭력 사태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살레가 목숨을 잃은 사건은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악화한 서안 지구에서 늘어난 사건을 대표한다. 몇 해 째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 중무장한 극우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갈수록 치명적인 공격을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착민들의 폭력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공격에 대한 분노를 내세워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겁줘 쫓아내려는 시도로 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력을 지지하는 재단에서 일하는 이스라엘 예비역 장성 도브 세다카는 “이 땅은 우리 것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우리가 너희들을 쫓아낼 것이라는 전략”이라며 “끔직하다”고 했다.
그는 가자 지구 전쟁과 하마스의 잔혹한 공격에 치를 떠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갈수록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보호 의무를 따르지 않고 “극우 정착민들을 막지 않고 모른 체 한다”고 했다.
서안 지구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 가족과 업체들을 공격하고 발전기와 태양전기 패널을 폭파하고 베두인 유목민 텐트를 불태우고 있으며 총질도 하고 있다.
유엔 당국자들은 지난달 7일 이래 이스라엘 방위군과 무장한 정착민들이 서안 지구에서 12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살해했다고 밝힌다. 대부분 이스라엘 군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유엔 집계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 이전에도 정착민들의 폭력 행사가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2000년대 중반 하루 한 번이던 것이 지금은 7번으로 늘었다.
이에 더해 가자 지구에 대한 끝없는 폭격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청년들도 늘어나면서 이스라엘군과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인구 밀집지역 좁은 골목에 진입해 펴는 이스라엘군의 야간 대테러 기습작전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지는 일도 많다.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이스라엘 우익 정부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비난한다. 정착촌 확대를 지지하는 각료들이 정착민들에게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우익 정부 정착민 무기 지급 늘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정착민 공격도 2000년대 중반보다 크게 늘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따르면 2일에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차량에 총격을 가해 정착민 운전자가 숨졌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 때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점령했다가 2005년 가자 지구에서 철수하고 봉쇄했다. 이스라엘은 서안 지구를 계속 점령하면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막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며 이스라엘 법정에 기소한다. 반면 정착민들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다. 이스라엘 군대가 도로를 차단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리에 나오지 못하도록 명령하는 식으로 구역 구역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촌이 130곳이 넘을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전략적으로 유리한 언덕 위에 방벽과 철조망이 둘러쳐진 정착촌이 팔레스타인 자치당국이 통치하는 도시들 사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서안 지구 거주 유태인은 약 50만 명이며 팔레스타인 주민은 270만 명이다.
정착민들 다수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성경 시대부터 유대인들이 거주해온 곳을 수십 년 전 전쟁을 통해 되찾은 곳이라고 주장한다.
정착민 지원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나오미 칸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중동의 모든 땅이 자기들 땅이라고 한다”며 “아무리 그래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새 팔레스타인 주민 차량의 앞 유리창에마다 극우 정착민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위협 전단이 와이퍼 사이에 끼워졌다.
◆”곧 엄청난 재앙 닥칠 것“ 위협 전단 살포
전단에는 “엄청난 재앙이 곧 네 머리 위로 닥칠 것이다. 우리가 모든 적을 물리치고 신이 우리 것이라고 수락한 신성한 땅에서 너희들을 강제로 쫓아낼 것이다. 어느 곳에 있든 즉각 짐을 싸서 원래 살던 곳으로 떠나라. 우리가 곧 갈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서안 지구에서 몇 년 째 평화운동을 펴고 있는 미국인 샘 스테인은 최근 폭력 사태가 “우발적 증오 행동이 아니라 서안지구에 유대의 역사를 이어가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정착민들은 무장이 허용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이 잦다.
지난달 13일 서안 지구 작은 마을 앗-트와니에 사는 팔레스타인 건설 노동자 자카리야 알-아르다가 친구 여덟 명과 함께 저녁 기도를 마치고 언덕을 따라 걷고 있었다. 이들 중 무장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이스라엘 법에 따라 불법인 앗-투나미 인접 초소에 있던 정착촌 하바트 마온 소속의 한 정착민이 소총을 들고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가 소총 개머리판으로 아르다의 배를 때렸다. 알-아르다가 반항하자 마온이 총을 쐈다.
총알이 허파 바로 아래 복부를 관통했지만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이 사건으로 팔레스타인 마을 전체가 공포에 빠졌다.
알-아드라의 형제인 칼레드는 ”우리는 정착민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를 계속 학대하고 우리 재산을 약탈하고 목숨을 위협한다. 우리더러 어쩌라는 거냐?“고 했다.
◆팔레스타인 주민은 무장 불허
하바트 마온 정착촌 치안을 담당하는 예비역 군인 보아즈 나탄이 사건에 대해 알지만 ”정당했는 지 여부를 가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만 정착촌 치안위원회가 총을 쏜 정착민의 총을 즉시 압수했다며 ”사람들이 마음대로 판단해 일을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방위군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전에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팔레스타인 고위 의원 무스타파 바르구티는 ”이스라엘이 대응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이 죽어야 멈추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올리브 밭에서 살해 당한 살레의 가족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예루살렘 북쪽 알 사위야 마을에서 살았다. 마흔 살인 그는 서안 지구 최대 도시 라말라에서 신선한 약초를 팔면서 근근이 네 자녀를 부양해왔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에 따르면 비번이던 군인이 군이 지급한 무기를 발사한 ”혐의로“ 구속돼 심문을 받고 있다. 대변인은 이스라엘 군인들은 폭력 사태 현장에 있을 경우 개입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숨진 빌랄의 사촌 모함마드 야세르 살레는 이스라엘 군인이 언덕 위 지프에 앉아 있으면서 총격 사건 전체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그가 왜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는 지에 대해 언급하길 거부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아이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살 무사는 아빠가 총격을 당하기 전 하던 일을 정확히 기억한다. ”아빠가 나를 안고 춤을 춰 내가 깔깔 웃었다. 아빠가 올리브 나무에 나를 올려 주면서 ‘올리브를 얼마나 따는지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