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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시라” 수원시청 앞 컵라면 39상자 놓고간 익명의 천사

입력 | 2023-11-03 13:59:00

익명의 기부자가 놓고간 컵라면. 수원시청


“드시고 힘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컵라면을 준비했습니다.”

3일 새벽 수원시청 청사 앞에는 컵라면 39상자와 함께 이같은 내용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밤사이 익명의 기부자가 산불감시 공무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두고 간 것이다.

‘수원광교주민’이라고 밝힌 기부자는 A4 용지에 타이핑한 편지를 통해 “아름다운 단풍을 보면서 늘 마음 속 한편에 2019년 광교산 화재가 기억이 났다”며 “그때 수많은 공직자분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봤고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기부자는 전날 수원시가 산불방지 대책본부를 운영한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잠시 휴식 시간에 드시고 힘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컵라면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약소하다”며 “항상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단풍을 보시면서 ‘산불방지 대책본부’를 먼저 떠올리신 속 깊음이, ‘약소하다’고 덧붙이신 낮은 마음이 외려 맑은 가을 하늘처럼 높고 크게 다가온다”며 “따뜻한 수원시민께서 오늘도 저를 행복하게 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익명의 기부자가 수원시청 청사 앞에 컵라면 36상자와 편지를 두고 사라진 적이 있다. 편지 내용과 나무 그림 등을 봤을 때 같은 기부자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장도 “사연이 적힌 종이를 보니 같은 분이신 듯하다”고 했다.

한편 수원시는 전날 ‘가을철 산불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4개 구청 공원녹지과 등 5곳에 산불방지 대책본부가 설치·운영된다. 대책본부에는 수원시 공무원 115명과 산불종사원 76명 등 191명이 배치된다.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편지. 이재준 수원시장 페북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