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줌바(Zumba) 댄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우 씨(32)는 원래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인이었다. 그런데 음악 못지않게 춤도 좋아하다 보니 방송 댄스 강사를 하게 됐고, 그러다 줌바 댄스를 만나 지도자 자격증을 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의 일이다. 줌바 댄스는 라틴음악을 기본으로 라틴댄스나 벨리, 힙합 등의 동작과 피트니스가 결합된 춤이다. 일종의 다이어트 댄스로 불리기도 한다. 재밌고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딱 맞았다.
박지우 씨가 즐겁게 산을 질주하고 있다. 줌바 댄스 강사인 그는 2019년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들어 주중엔 줌바 댄스를 지도하고, 주말엔 산을 달리며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박지우 씨 제공
줌바 댄스를 주로 피트니스센터에서 강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웨이트트레이닝도 접하게 됐다. 열심히 근육을 키우진 않았지만 틈나는 대로 웨이트트레이닝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몸이 훨씬 탄탄해졌다. 줌바 댄스에 피트니스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줌바 댄스만 해도 기본적인 근육 운동은 된다.
박 씨에게 2019년은 다양한 도전의 시기였다.
“아는 언니가 2019년 2월 산에 가자고 했어요. 인천 장봉도를 달리는 트레일러닝이었는데 산도 오르며 조금 달려봤는데 함께 간 분들이 ‘잘 달린다’고 추어주는 거예요. 트레일러닝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됐죠. 산이 좋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 엄마 아빠와 산에 자주 올랐거든요. 산에 오르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더 산의 매력에 빠진 것 같습니다.”
박지우 씨가 질주하고 있다. 줌바 댄스 강사인 그는 4년 전부터 달리기에 빠져 살고 있다. 박지우 씨 제공.
박 씨는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 이후 약 2주 뒤에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인 코리아 50K의 10km 부문에 출전해 여자부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그해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도 입문했다. 그는 “오래 사귀던 친구와 헤어지면서 뭔가 내가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대회에 출전했다”고 했다. 6월 군산 새만금 챌린지에서 하프코스(수영 1.9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 10월 통영대회에서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출전해 간신히 완주했다. 줌바 댄스로 단련된 몸이라 체력은 됐다. 어릴 때 수영을 배워서 수영은 그나마 쉬웠는데 사이클이 어려웠다고 했다.
박지우 씨가 산을 질주하고 있다. 박지우 씨 제공.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근육을 키워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려고 했는데 모든 실내 스포츠가 셧다운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철인3종 대회, 트레일러닝 대회도 못 나갔어요. 출입이 그나마 자유로운 산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대회는 가끔 열렸는데 제가 너무 우울한 삶을 살고 있어서 나가지 못했죠. 줌바 댄스가 멈추며 제 생계도 위협받아 정말 힘들었어요. 코로나19 이후 2, 3년은 정말 힘든 삶이었어요. 이 기간 거의 운동을 하지 못했죠.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다시 시작했는데 예전 체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무리하다 보니 부상도 왔죠.”
지난해 10월부터 철인3종과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2019년 11월 이후 거의 3년 만이다.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10km에서 40분대 개인 최고기록에 도전하려다 고관절을 다쳤다. 훈련 과정과 결과를 포기하지 못해 주사를 맞고 출전해 40분49초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한동안 절뚝거리며 다녀야 했다.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6월 강원도 정선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20km에서 3위(2시간12분34초), 10월 트렌스제주 10km에서 1위(55분05초)를 하는 등 이제야 몸이 제 컨디션으로 올라왔다.
박지우 씨가 힘차게 산을 오르고 있다. 박지우 씨 제공.
산을 잘 달리다 보니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트레일러닝 선수로도 활약하게 됐다. 지금은 10~20km, 트레일러닝으론 ‘단거리’를 달리지만 조만간 50km 100km 등 장거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목표도 생겼다. 이왕 달리는 김에 트레일러닝의 최강자가 되는 것이다.
“잘 달린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고 칭찬도 많이 해줘요. 그럼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더 잘 달리고 싶어요. 트레일러닝에서 손에 꼽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아 또 저 선수가 1등 했네….’ 그런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박지우 씨가 환한 표정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는 도로와 산을 달리는 게 좋다고 했다. 박지우 씨 제공.
“저도 박정순 선배님처럼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요. 제 본업은 줌바 댄스 강사지만, 취미인 트레일러닝에서도 손에 꼽히고 싶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