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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확대… 최선 다한 의사 보호해야

입력 | 2023-11-04 00:00:00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23.3.29/뉴스1


의사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의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주는 제도를 소아청소년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국회에는 분만 사고에 한해 시행 중인 국가보상제 적용 대상에 소청과 진료를 추가하는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정부가 찬성 의견을 낸 것이다. 이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여당도 이견이 없다.

의사들이 소청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저출산으로 소청과의 전망이 밝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소송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작아서 수술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쁘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기대여명에 따른 보상액도 수억 원에 이른다.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은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감염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급감하기 시작해 올해는 25.5%까지 떨어졌다. 당시 구속된 의사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소청과 구인난은 해소되지 않아 12년 후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17명만 남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상태다. 출산 및 양육과 관련한 불가항력의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료소송에 대한 불안감은 산부인과와 소청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보람에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 중 상당수가 선의를 갖고 하는 의료행위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하니 설 자리가 좁아지고 위급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이게 된다고 토로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한국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는 의사가 하루 평균 2명인데 영국은 1년에 한 명꼴이라며 최선을 다해 진료하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들처럼 의료사고에 대비해 의사들이 의료배상책임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정부는 최근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진의 소송 리스크 완화를 약속한 후 의료계와 법조계,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꾸렸다. 환자와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으로 의료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한편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과실 없는 의료인의 소송 부담을 완화해 재발 방지와 후속 대책 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의료분쟁 해결제도를 설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