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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출동… 의암호 순직 이종우 경감, 흉상으로 부활

입력 | 2023-11-04 01:40:00

어제 춘천경찰서서 흉상 제막식
2020년 인명 구하다 순찰정 전복
한국 첫 ‘인터폴 순직 경찰’ 인증
장남 “아버지 헌신 인정받아 감사”



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춘천경찰서에서 열린 고 이종우 경감 흉상 제막식에서 이 경감의 어머니(가운데) 등이 흉상을 만지고 있다. 이 경감은 2020년 8월 춘천시 의암호에서 인명 구조를 하다 순직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2020년 8월 6일 하염없이 폭우가 내리던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합니다.”

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춘천경찰서에선 고 이종우 경감(사망 당시 54세)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경감의 생전 모습이 내레이션과 함께 영상에 등장하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강원경찰청 춘천경찰서 소속이었던 이 경감은 3년 전 의암호에서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신고를 받고 순찰정을 탄 채 출동했다. 그리고 춘천시 환경감시선 직원 등을 구하려다 순찰정이 전복되는 바람에 순직했다. 시신은 이틀 뒤 사고 지점에서 3km가량 떨어진 하류에서 발견됐다.

강원경찰청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순직한 이 경감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흉상을 만들고 이날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이 경감의 어머니와 부인 손정희 씨, 두 아들 등 유족과 윤희근 경찰청장, 김준영 강원경찰청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장남 길현 씨는 “아버지는 근무 중이 아니어도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않던 의롭고 완벽한 경찰이었다. 흉상을 통해 아버지의 헌신과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고 이 경감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거룩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1991년 7월 경찰에 입직한 이 경감은 29년 동안 춘천시와 양구군 등에서 근무했다. 1998년 해기사(소형 선박 조종) 면허를 취득한 후에는 주로 소양호와 의암호에서 순찰정 업무를 맡았다. 인명 구조와 사고 예방 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경찰청장 표창 3회, 강원경찰청장 표창 5회, 춘천경찰서장 표창을 10회 받았다.

이 경감의 희생은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이 경감은 2021년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10회 위민경찰관상을 받았다. 같은 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서 국내 최초로 ‘순직 경찰관’ 인증을 받았다. 인터폴 순직 경찰관은 당시 이 경감을 포함해 전 세계 7개국에서 19명뿐이었다.

그는 지난달 경찰청이 선정한 ‘2023 경찰영웅’ 3명에도 포함됐다. 경찰영웅은 2017년부터 매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경찰관을 선정해 업적을 기리는 제도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