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2화입니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남욱 등 민간업자들이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해도 됐는데 굳이 복잡한 공모 경쟁절차를 거친 것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저를 속이기 위해섭니다. 만약 제가 민간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와 유착해서 결탁했으면 조용히 수의계약을 해주고 넘어갔으면 됐을 일이죠.”
3일 오후 6시 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311호 법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는 재판 말미에 재판부에 요청해 발언 기회를 얻고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7886억 원의 이익을 얻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 등으로 올 3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성남FC 구단주로서 기업들에 불법 후원금 133억5000만 원을 받고 각종 인허가 편의를 제공한 혐의 등도 있는데, 재판부는 이 중 위례신도시 개발특혜의혹 부분에 대한 심리를 먼저 진행하고 있습니다.
● 李 “유동규, 남욱이 나 속이려 한 것”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내가) 보고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검찰은 4시간 가량의 서증조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정관 등에 따른 절차를 제시하며 “당시 공사 기획본부장이던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위례 사업 또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위례 개발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공약이었다는 점을 들어 공사가 진행한 이 사업이 사실상 이 대표가 시장으로 있던 성남시의 사업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간업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사업 구조를 이 대표가 알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입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재판이 끝날 무렵 발언 기회를 얻어 “민간업자와 결탁해 내가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며 검찰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성남시장으로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범행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잘못된 추론”이라고 잘라 말앴습니다. 그는 “(내) 공약은 원래 사업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가 나중에 임대 이주단지를 만드는 것이 됐고, 이후 이 사업을 공식 포기선언 했다”며 “공약을 포기했기 때문에 굳이 이행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가 포기한 사업을 공사가 진행한 것인 만큼 이 대표는 무관하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7일과 20일 공판에서도 각각 30분가량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발언권을 얻어 직접 반박한 바 있습니다.
● ‘위증교사 혐의’ 병합 여부 촉각
이날 재판부는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위증교사 혐의’ 사건을 대장동·위례·성남FC사건과 병합 할지 여부에 대해선 “다른 피고인도 별도로 있기 때문에 공판준비기일을 따로 열어서 그날 최종적으로 말하겠다”며 결정을 미뤘습니다.이 대표가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검사 사칭’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는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하는 등 본인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고 보고 지난달 16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위증교사 사건 역시 병합해 심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 변호인은 1일 재판부에 “형법상 병합하는 게 원칙”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검찰은 다른 사건들과 구조가 다르기에 별도 재판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3월 22일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과 지난달 12일 기소한 백현동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지난달 30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두 사건의 병합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건 병합여부가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선 위증교사 혐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만큼 별도 심리가 이뤄질 경우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표의 9월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판단이 있었던 만큼 이 대표로선 불리한 상황입니다.
● 檢, 곽상도 父子 추가기소…50억 클럽 의혹 새국면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아들의 퇴직금으로 가장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으로 곽상도 전 국회의원 부자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를 추가로 재판에 넘겼습니다.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려는 것을 막아주는 대가로 뇌물 50억 원(세후 25억 원)을 받으면서 아들 병채 씨의 성과급으로 은닉 및 가장했다고 보고있습니다. 병채 씨에게는 곽 전 의원과 공모해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반면 곽 전 의원 측은 “새롭게 찾아낸 증거도 없이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 똑같은 내용으로 또 기소를 했다. 1심에서 무죄가 난 사안을 되풀이한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앞서 구속 기소된 곽 전 의원은 올 2월 1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검찰의 보강수사가 이뤄진 만큼 향후 진행될 항소심 결과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올해 국정감사가 마무리 됐고, 단식을 끝낸 이 대표의 건강도 어느정도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원도 재판에 다소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병합재판은 7, 14, 17, 21일 열리고, 7일 재판에는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를 마주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이달 10일과 24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