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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독주에 디샌티스·헤일리 도전… 美공화당 ‘1강 2중’

입력 | 2023-11-05 07:13:00

[미국 대선 D-1년①] 트럼프 사법 리스크 변수
고물가 체감경기 등 경제·중동 사태 주요 이슈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점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대선은 내년 1월 초 경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미국의 선거는 주별로 당원들이 후보를 뽑는 코커스(당원 대회)와 일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로 나뉜다.

공화당은 내년 1월15일 아이오와주에서 첫 코커스를 실시한다.

반면 민주당은 2월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실시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아이오와 코커스로 경선을 시작했지만,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지난 2월 일정을 변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민주당 경선 당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패배했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내년 3월5일 ‘슈퍼 화요일’에 양당 후보 윤곽

양당 경선의 하이라이트는 대선 후보 윤곽이 드러날 수 있는 ‘슈퍼 화요일’로 내년 3월5일에 치러진다. 이날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등 10여 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진행된다.

6월에 경선이 마무리되면 공화당은 7월 15~18일, 민주당은 8월 19~22일 각각 전당대회를 개최해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미국 대선은 ‘11월 첫째 월요일이 있는 주의 화요일’이라는 규정에 따라 내년 11월5일 실시된다.

미 대선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이 유력하다.

역대 최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80세로 재선에 성공하면 86세에 두 번째 임기를 마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미 수정헌법 22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2선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재선에 실패했으므로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화 1강 2중 구도…니키 헤일리, 상승세로 디샌티스 위협

미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구도는 1강 2중 구도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 래리 엘더가 후보직을 사퇴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NBC뉴스·디모인 레지스터·미디어컴이 아이오와 공화당 코커스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 4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3%의 지지를 얻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각각 16%를 얻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최근 선전하면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2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한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력 경쟁자로 꼽혔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주(州) 규모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10월 초 윈스롭 대학이 발표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헤일리는 17%의 지지율로 트럼프(5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뉴햄프셔 공화당 예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USA 투데이, 보스턴글로브, 서퍽 대학 조사는 트럼프가 49%로 선두였고, 헤일리(19%)와 디샌티스(10%)가 그 뒤를 이었다.

◆트럼프 사법 리스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험 요인은 사법 리스크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4건의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 외에도 성관계 입막음 의혹 및 국가기밀 문건 무단 유출,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모의 등으로 네 차례 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줄곧 무죄를 주장해 왔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그가 기소될 때마다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봤지만, 본선은 다를 수 있다. 트럼프 재판 일정이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으로 잡혀 있는 점은 변수다. 또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 무당층이 트럼프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경제·중동 분쟁은 변수

경제는 2024년 미 대선에서도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선거의 해인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과 공급망 위기로 미국에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으며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런 흐름이 굳어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 지표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미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4.9%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실업률도 상당 기간 3%대를 유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통계를 앞세워 바이드노믹스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체감 경기다.

미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9월에는 3.7%로 낮아졌지만, 이미 가파르게 올라 있던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이런 추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은 기름값에 민감하다. 지난 9월 이후 진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격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해 분쟁이 확산할 경우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은 커진다.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지만, 사태가 악화하면 민심은 경제적 여파의 책임을 현 정부에 돌릴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가 블룸버그 통신과 지난달 5~10일 경합 주 7곳의 유권자 50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경제 전반에 대해 누가 더 잘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트럼프(49%)가 바이든(35%)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국 칼럼니스트 사이먼 티스달은 “중동 분쟁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더 늘어나고 지역 불안정이 커지면 미국은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바이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