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열풍의 시작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2편 "상온 초전도체 구현 물질 개발"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상온 15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주장한 초전도체. 미국 로체스터대 제공
국내 연구진으로 구성된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이 상온 초전도체를 구현한 물질 LK-99에 대한 연구 결과를 올 7월 22일 논문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린 지 약 100일이 지났다. 두 편의 논문이 촉발한 상온 초전도체는 국내는 물론 해외 과학계와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수많은 검증 실험이 이뤄졌고 국내외 학계의 결론은 ‘초전도체 물질로 보기 어렵다’로 합의된 모양새다.
LK-99가 정말 상온 초전도체 물질인지 검증하기 위해 8월 출범한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한 백서를 현재 준비 중이다.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 회장은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LK-99의 구현 과정을 담은 두 건의 논문이 새로운 상온 초전도체 물질 발견에 대해 어떠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LK-99가 불러일으킨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앞으로 관련 연구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외 검증 결과 “초전도체 특성 확인 안 돼”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보다 온도를 낮췄을 때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성질, ‘레지던스 제로’가 나타나야 한다. 물체가 자기장을 밀어내 자석 위에서 공중에 뜨는 마이스너 효과(반자성 효과)도 나타나야 초전도체의 성질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고 주장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가 초전도체 특성을 보여주는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 제공
논문이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팀이 논문에 제시된 과정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초전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검토 결과를 공개하면서 LK-99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곧 부정적인 검증 결과들이 이어졌다. 중국 베이항대 연구팀은 LK-99에서 전기저항이 0인 상태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물론 자기장이 사라지지도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도 과학산업연구회(CSIR)도 LK-99를 구현한 결과 반자성 성질은 일부 확인됐지만 반자성 효과까진 관찰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은 불순물을 제거한 순수한 LK-99 결정을 구현해 실험한 결과 “초전도체가 아닌 부도체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피직스레터스 엠(APL-M)’에 발표한 논문에선 “불순물을 상온 초전도체라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 LK-99가 환기한 상온 초전도체 관심
이전까지 다소 생소했던 상온 초전도체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자기부상열차에 활용될 수 있다. 반자성 효과를 활용해 레일 위에 뜨는 열차가 만들어지면 레일과의 마찰 때문에 발생하는 연료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전기 저항이 없는 성질은 전력 손실이 없는 송전 설비를 만들 수 있다. 병원에선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의 초전도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고가의 액체헬륨을 사용할 필요가 사라진다.
국내 연구자들은 LK-99가 비록 학술적인 측면에선 초전도체 연구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지만 이 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새롭게 일으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최한용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상온 초전도 물질 연구를 하지 않았던 연구자들이 연구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 또한 관련 연구사업에 대해 예전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은 대중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 국내에서 참신한 연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