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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의 인생홈런]두 차례 심장 수술 한기범 “주2회 농구로 건강한 인생”

입력 | 2023-11-05 23:39:00


두 차례의 심장 수술 후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농구스타 한기범 씨는 꾸준한 걷기와 주 2회 농구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80, 90년대 농구스타 한기범 한기범희망나눔 대표(60)는 2000년과 2008년 두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다. 심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 때문이었다. 이 병으로 아버지와 남동생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

2000년 첫 수술 때는 직접 비용을 댔지만 2008년 두 번째 수술 때는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 잇단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새 생명을 얻은 뒤 그는 자신이 받은 만큼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사단법인을 만들어 2011년부터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 경기를 열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한두 해 하다 말겠지’ 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열정과 끈기, 그리고 보란 듯 해내고픈 오기가 있었다. 13년째인 올해도 9월에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3 희망농구올스타’ 자선 경기를 열었다. 남녀 프로선수들과 연예인들이 참가했고,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은 십시일반으로 기부를 했다. 매년 5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심장병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는다. 재단은 첫 자선 경기 이후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그는 재단 활동과 함께 종종 방송에 출연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한기범 농구교실도 운영한다. 그가 꼽는 건강 비결은 역시 농구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코트를 직접 누빈다. 월요일엔 연예인 농구단 ‘더 홀’에서, 주말엔 동호인 농구팀 ‘팀 리바운드’에서 뛴다. 플레이 스타일은 현역 선수 때와 비슷하다. 키는 컸지만 몸무게가 80kg대 중반이었던 그는 몸싸움에 약했다. 요즘도 그는 몸싸움을 가능한 한 피한다. 그 대신 전매특허인 미들 슛으로 점수를 올린다. 그는 “4, 5m 거리에서는 언제든 골을 넣을 자신이 있다”며 “무리하지 않고 뛰면 하루 두 경기까지 거뜬하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콤플렉스였던 빼빼 마른 몸이 요즘엔 큰 도움이 된다. 선수 시절 그는 살을 찌우려고 밥솥째 밥을 먹어 보기도 했지만 90kg 이상 나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가벼운 몸무게 덕분에 걷고 뛰는 데 무리가 없다. 선수 시절 무릎과 발목 수술을 받은 그는 꾸준한 걷기로 해당 부위를 강화한다. 동네를 걷다가 농구를 하고 있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을 만나면 즉석 3 대 3 농구를 하기도 한다.

한때 애주가였던 그는 최근엔 와인에 푹 빠졌다.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한두 잔씩 오랫동안 음미하며 마신다. 와인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된 그는 와인 1000종류 시음을 새 버킷리스트로 정했다. 현재까지 약 400종류의 와인을 맛봤다. 지방을 돌며 옛날 그림이나 골동품도 수집하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는 그는 그림이나 골동품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스토리를 알게 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예순까지 사는 게 소원”이라던 그는 올해 예순이 됐다. 여전히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는 그는 “힘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농구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 모든 아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