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저팬 모빌리티쇼’가 열렸다. 세계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졌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모터쇼에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다. 중국 BYD는 수륙양용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U8’을 선보였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금세라도 집어삼킬 기세였던 전기차의 성장세에 최근 급제동이 걸렸다. 첨단제품을 선호하는 ‘얼리 어답터’ 수요가 대부분 채워진 데다 고금리 장기화, 비싼 가격,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맞먹을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돼온 한국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미래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2위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올해 유럽지역의 자사 전기차 주문량이 작년의 절반으로 축소됐다고 최근 밝혔다. 독일 신규공장 설립계획도 백지화했다. 파업사태를 겪으며 인건비 부담이 커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빅3’ 업체는 일제히 전기차 투자를 줄이거나, 출시를 연기했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1년 전의 절반으로 줄어든 영업이익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투자 지연은 이들과 손잡고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한국 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생산업체는 물론이고,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주가가 심한 약세를 보이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 등은 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익을 주도록 규제까지 강화하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세계 3위 자동차업체 현대차·기아는 “허들이 있더라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며 공격적 투자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런 때일수록 배터리 기업들도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같은 위기를 맞을 때마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전기차·배터리 빙하기’를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 글로벌 공급망 정비의 기회로 활용해야 다음 전기차 호황 사이클에서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