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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vs AMD’ 대만계 5촌사이 CEO ‘AI전쟁’

입력 | 2023-11-06 03:00:00

젠슨 황 외삼촌의 손녀가 리사 수
어릴때 美이주-반도체 CEO 공통점
AI 반도체 시장서 불꽃튀는 경쟁
선두 엔디비아에 AMD 도전장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두 대만계 미국인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를 분석한 책 ‘반도체 전쟁’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가 4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인척 관계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60)와 리사 수 AMD CEO(54)의 성공에 대만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밀러 교수는 “대만만큼 가족, 교육,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연결된 곳이 없다”며 두 사람이 모두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경영자가 된 것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수 CEO는 황 CEO 외삼촌의 손녀다. 그는 2020년 한 행사에서 황을 거론하며 “우리는 먼 친척”이라고 했다. 황은 9세 때, 수는 3세 때 각각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최근 두 CEO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시장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 AMD의 추격이 매섭다. AMD는 올 6월 첨단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MI300X’를 공개하며 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 중인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MD의 올 3분기(7∼9월) 매출 또한 58억 달러(약 7조8300억 원)로 시장 예상치(57억 달러)를 상회했다. 수는 당시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4년에는 AI 반도체 분야에서만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 시장의 강자 엔비디아의 입지는 굳건하다.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208% 올랐다. 같은 기간 AMD의 주가 상승률 73%를 훨씬 앞선다.

두 회사의 반도체는 전기차,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 등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밀러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백 개의 엔비디아 및 AMD 반도체를 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이에 따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두 회사 모두에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후 줄곧 미국산 GPU의 판매 금지 등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자립 욕구를 부추겨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AMD 또한 앞서 8월 “미국의 규제를 고려해 중국 시장용 저사양 AI 반도체 제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길은 막혔지만 저성능 반도체는 아직까지 수출이 가능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중국 시장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