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 칼 안드레… 대구서 만나는 두 거장의 특별한 美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 展 자화상-풍경 등 120여점 전시… “현실 속 모습처럼 그 시대 묘사” 어미홀 프로젝트 ‘칼 안드레’ 展 강철판 21개를 나열한 ‘라이즈’… “녹슨 쇳내 속 감각 집중 경험”
렘브란트의 판화에서는 생생한 길거리의 일상 속 풍경과 인물들의 섬세한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염 난 늙은 남자’(1631년·위쪽 사진)와 ‘쥐 잡는 사람’(1632년). 대구미술관 제공
● 동판화의 역사를 바꾼 렘브란트
대구미술관 1전시실에서 열리는 2023 해외교류전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는 렘브란트의 동판화 120여 점을 소개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렘브란트의 동판화가 300여 점인 것을 감안하면 작품 수가 적지 않다.
작품들은 △자화상 △거리의 사람들 △성경 속 이야기 △장면들 △풍경 △습작 △인물·초상 등 7개 주제로 분류했다. 특히 ‘자화상’과 ‘거리의 사람들’ 섹션에서 렘브란트가 인물 묘사를 생생하게 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자화상’에선 렘브란트가 자신의 멋진 모습뿐 아니라 편한 모자를 쓰고 웃거나,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인상을 쓰는 표정 등 여러 표현을 연구했음을 알 수 있다. ‘거리의 사람들’에선 눈먼 바이올린 연주자, 떠돌이 농부 가족 등 길 위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인간의 모습에 대한 현실적 탐구를 통해 성경을 다룰 때도 교리를 넘어 사람 이야기로 풀어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정희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다른 작가라면 ‘착한 사마리아인’을 주제로 여관 주인에게 돈을 건네는 성경 속 이야기만 부각했을 텐데, 렘브란트는 우물에서 물을 긷는 여자, 볼일을 보는 강아지 등을 묘사해 현실 속 풍경처럼 연출했다”며 “그 시대 풍경을 사진을 찍듯 사실적으로 기록했다는 의미에서 전시 제목을 ‘17세기의 사진가’라고 붙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붉은색 잉크와 검은색 잉크로 각각 찍은 작품 ‘의족을 하고 있는 거지’, 에칭과 드라이포인트(판면을 예리한 철침으로 긁는 기법) 등 다른 기법을 과감히 결합한 ‘얀 루트마, 금세공인’ 등 렘브란트가 새로운 기술을 실험한 흔적도 볼 수 있다. 이 학예연구사는 “일부 미술사가들은 렘브란트가 동판화의 역사를 바꿨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그러한 면모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 17일까지.
● 칼 안드레, 쌓아올린 향나무-나열한 강철판 작품 공개
금속 벽돌 나무로 빚은 미니멀리즘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칼 안드레 개인전. 왼쪽부터 서양 향나무 21개를 쌓은 ‘메리마운트’, 서양 향나무 24개를 직육면체 모양으로 쌓은 ‘7 할로 스퀘어’, 강철판 21개를 나란히 놓은 ‘라이즈’. ‘라이즈’는 철판 위로 관객이 직접 걸어볼 수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안드레는 1960년대 초반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한편 현상학을 받아들여 ‘작품은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바가 중요하다’는 미학을 펼쳤다. 작품들은 나무 금속 벽돌 등 단순한 재료만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번 전시에선 서양 향나무 21개를 쌓은 ‘메리마운트’를 비롯해 ‘4번째 스틸 스퀘어’, ‘벨지카 블루 헥사큐브’ 등 산업 재료를 그대로 배치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강철판 21개를 나열한 ‘라이즈’는 관객이 위로 직접 걸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 녹슨 쇳내가 미세하게 풍겨오는 가운데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12월 31일까지. 미술관 입장료 700∼1000원.
대구=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