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화 ‘키리에의 노래’로 돌아온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 초청作 “동일본대지진서 아이디어 얻어”
“제가 처음 한국에 온 게 영화 ‘4월 이야기’(1998년) 때였어요. 그 뒤에 ‘러브레터’(1999년)를 정식 개봉하게 되면서 한국에 또 한 번 왔습니다. 제가 신인 감독이었는데도 굉장히 열광적인 팬들이 많이 계셨어요. (한국 팬들의 사랑은) 이후 제 인생에 굉장히 강력한 힘과 지지가 돼주었습니다.”
‘키리에의 노래’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유증으로 평소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지만 노래는 잘 부를 수 있는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가 거리의 가수로 거듭나는 음악 영화다. 지난달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이와이 감독은 “노래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주인공이 말을 잘 못한다는 설정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집중한 건 음악이다.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장면을 실감 나게 화면에 담기 위해 현장 녹음본을 영화에 그대로 사용했다. 그는 “영화의 일부가 공연으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와이 감독 특유의 몽환적인 색감과 영상미에 키리에의 노래가 더해지면서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청춘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다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긴 탓에 간간이 흐름이 끊어진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
영화 ‘키리에의 노래’에서 키리에(가운데·아이나 디 엔드)가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장면. 키리에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말을 잘 하지 못하게 됐지만 노래는 부를 수 있기에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미디어캐슬 제공
1991년 드라마 ‘본 적 없는 내 아이’를 선보이며 올해로 데뷔 32년이 된 이와이 감독은 한국 콘텐츠계가 부럽다고 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는 웹툰을 실사 영화로 만드는 작업이 활성화돼 있는등 영화와 만화가 잘 융합돼 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에 비해 실사 영화 팬들의 수가 매우 적고 예산 역시 적다. 실사 영화를 좀 더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