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떠올리며 공포 “인파 예측-대응 능력 강화를”
4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린 ‘제18회 부산불꽃축제’에서 관람객이 몰리며 일시적으로 큰 혼잡이 발생했다. 부산=뉴스1
김화영·사회부
4일 오후 7시 40분경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앞. 수영구 생활문화센터 인근 200m가량의 도로가 수천 명의 인파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왕복 2차선인 이 도로는 제18회 부산불꽃축제를 맞아 차량을 통제하고 보행자에게 개방됐다. 그런데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열리는 불꽃축제를 20분 앞두고 인파가 과도하게 몰린 것이다.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은 경광봉을 흔들면서 “멈추면 안 된다. 이동하라”고 외쳤지만 중앙 분리 및 일방통행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뒤섞인 인파 사이에선 “대체 어디로, 어떻게 가란 말이냐”란 항의가 나왔다. 일부 시민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떠올리며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차량 위에 올라선 경찰이 방송으로 군중을 통제하는 ‘DJ폴리스’와 높은 사다리에 올라 인파를 분산하는 ‘키다리 경찰관’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이 광안리 만남의 광장 등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안전관리 인력을 집중 배치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도로에 배치돼 있던 경찰 일부가 위험한 상황을 무전으로 알렸고, 지휘 본부가 양쪽 도로에서 진입하는 인파를 막으면서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후 8시 행사가 시작된 후에도 제대로 걷기 힘든 상황은 한동안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날 불꽃축제는 약 77만 명이 찾으며 성황을 이뤘음에도 큰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등이 수차례 리허설을 진행했고 행사 당일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6300명을 투입하며 총력 대응한 덕분이었다.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 여부가 이달 28일 판가름 난다. 유치에 성공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은 대규모 행사에 대한 사전 예측 및 대응 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사고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