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수요까지 아파트로 쏠리며 전국 전셋값 15주 연속 상승세 갱신권 사용-증액 갱신도 늘어 “매매가 자극 않도록 모니터링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전용면적 177㎡는 지난달 말 21억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올해 초만 해도 16억 원이었던 전셋값이 9개월 만에 5억 원이나 뛴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올해 1월 9억3000만 원이던 전셋값이 지난달 말 13억5000만 원으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4단지’ 전용 84㎡ 전셋값은 7억 원에서 9억7000만 원으로 뛰었다.
송파구 잠실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셋값이 거의 2년 전 수준으로 오르면서 당시 입주한 고객 2명 중 1명 이상꼴로 계약갱신요구권을 써서 기존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월세 재계약 시점에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공개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7∼10월 체결된 전월세 재계약 중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34.5%로 조사됐다. 상반기(1∼6월) 32.8%에서 1.7%포인트 증가했다. 전세 재계약 때 보증금을 올려준 경우도 늘었다. 올해 6월 보증금을 늘린 전세 재계약 비중은 39.2%였지만 지난달에는 48.8%로 9.6%포인트 올랐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현재 상황과는 달리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컸다. 2020년 ‘임대차 3법’ 이후 급등한 전셋값을 돌려줘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등 매매 시장 회복이 둔화되면서 매매 수요가 대거 전세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 문제로 빌라를 꺼리는 이들이 늘어난 점도 아파트 전세로의 쏠림 현상을 키웠다. 직장인 손모 씨는 “2년 전 결혼하며 들어간 서울 강동구 빌라 전세가 지난달 만료돼 경기 하남시 아파트 전세로 옮겼다”며 “보증금은 1억3000만 원 정도 늘었지만, 빌라에서 보증금 걱정을 하며 사느니 대출 이자를 더 부담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한동안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주 대상 8300채) 이주가 지난달 말 시작되는 등 이사 수요는 계속되고 있다. 반면 내년 서울 입주 물량(약 1만 채)은 올해(약 3만3000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급 불안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