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한 달]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 인터뷰 “하마스 궤멸은 이스라엘의 헛된 꿈… 美-이란 대리전 주장은 팔에 결례 韓 우수한 전력기술 공유하고 싶어… 이란 핵합의 복원, 한반도 모델 되길”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이란대사관 집무실에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뒤로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이끈 호메이니, 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이 보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탄압을 멈추지 않으면 중동 평화는 불가능합니다. 하마스를 없앤다 해도 제2,제3의 하마스가 또 나올 겁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63)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의 자발리야 난민촌을 거듭 공습한 것은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약 1만 명의 가자 주민이 숨지고 인도주의 위기 또한 고조된 것은 모두 이스라엘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18일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대사와 만났고 이에 더해 쿠제치 대사의 발언도 들었다. 전쟁 후 주한 외교공관이 없는 팔레스타인 측의 입장을 꾸준히 대변해 온 이란, 이스라엘의 주한 대사 모두와 만난 언론은 동아일보가 유일하다. 4월 부임한 쿠제치 대사의 첫 국문지 인터뷰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을 대하는 서방의 이중잣대와 편파 보도가 심각하다고도 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서방 언론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은 용인한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또한 실상에 비해 적게 보도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를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은 팔레스타인에 ‘결례’라고 했다. 다만 하마스에 무기를 지원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탄압을 흐리기 위한 용도”라고 단언했다.
한국과의 협력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부임한 지 얼마 안 돼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자금 문제가 해결돼 윤석열 대통령께 감사하며 개인적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이 자금은 현재 한국에서 카타르 은행으로 이전된 뒤 미국이 다시 동결한 상태다.
한국 내 동결 기간 중 환차손, 이자 등으로 이란이 약 15%의 손해를 봤으며 이란 일각에서 이 손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양국 협력이 강화되면 그 이상의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란이 원유, 천연가스, 리튬 등 각종 자원을 보유했고 약 8700만 명 인구의 대부분이 젊은 층이어서 산업 선진국인 한국과의 협력 여지가 많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우수한 전력 기술을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한국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없었다며 윤 대통령의 방문을 기대한다고 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