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지배적 지위 남용” 소송에 구글의 광고 실태조사 용역 발주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광고 갑질’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국내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를 방해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의 경쟁당국은 구글이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을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구글의 디지털 광고사업 실태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구글의 디지털 광고사업 구조를 분석하고 영업 행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다. 특히 구글이 광고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끼워팔기 등으로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하거나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앞서 2021년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바 있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빅데이터를 무기로 한 공룡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갑질이 일어나진 않는지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였다. 당시 공정위는 광고주·광고대행사, 디지털 광고를 띄우는 웹사이트 운영사 및 앱 개발사 임직원을 심층 면담하고 플랫폼 기업 약관을 분석했다.
이미 해외 각국에서 구글의 광고 갑질이 적발돼 정부와의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에서도 비슷한 불공정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2019년 구글은 광고주들에게 경쟁 검색 엔진에 광고하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했다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2조 원 가까운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공정위, 구글의 경쟁사 방해 의혹 등 불공정 행위 겨눠
구글 ‘광고 갑질’ 의혹 용역 발주
‘거대 플랫폼’ 끝없는 불공정 논란
美정부, 구글 광고사업 해체 요구
‘거대 플랫폼’ 끝없는 불공정 논란
美정부, 구글 광고사업 해체 요구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광고 갑질’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한 건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유럽의 경쟁당국은 디지털 광고 생태계를 장악한 구글이 부당하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 음원 스트리밍, 택시 등 잇따르는 플랫폼 갑질
이와 관련해 미 법무부는 구글을 대상으로 광고 분야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 해체를 요구했다. 비슷한 소송을 준비 중인 EU집행위원회도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을 일부 매각해야 한다는 심사 보고서를 발부했다.
국내 빅테크들의 불공정 행위 또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에 콜(승객 호출)을 몰아주다가 올 2월 25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최근에는 경쟁사 가맹 택시의 콜을 차단했다는 의혹으로 또 조사를 받고 있다. 네이버도 자사 쇼핑몰 플랫폼인 ‘스마트 스토어’ 입점 업체의 상품이 검색 상단에 노출되도록 했다가 265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 플랫폼 재벌법 두고 고심하는 공정위
플랫폼 경제는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이 1등 사업자가 되기 위해 끼워팔기, 알고리즘 조작, 경쟁사 방해 등 부당 행위를 동원해 시장 지배력을 늘리면서 경쟁업체가 퇴출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른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가격 상승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한번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면 기존에 보유한 사용자 데이터를 발판 삼아 여러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불법 행위가 끊이질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일종의 플랫폼 재벌을 지정해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과 사업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사전 규제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IT 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사후적으로 제재해도 되는데 사전규제법까지 만드는 건 과도한 입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형성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한번 형성된 독과점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해외 입법례와 국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내 규제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