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 등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메가 서울’ 논란이 정치권을 덮쳤다. 11월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일주일 내내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한 공식적인 찬반 입장은 내놓지 않은 채, 국민의힘을 향해 “절차를 지키라” “총선용 갈라치기 전략이어선 안 된다”라는 원론적인 반응만 보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1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김포만 갖고 논의하기보다는 전체 국토에 대한 행정대개혁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뉴스1
민주당의 지도부 소속 의원 A는 “‘메가서울’ 이슈가 아직 초반이라 화제가 되는 것일 뿐, 결국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하다”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선거를 치러본 중진 의원인 그는 “김포의 서울 편입 카드를 만약 내년 2월쯤 선거가 임박해서 꺼내 들었다면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내년 총선까지 아직 5개월이란 시간이 남았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편입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해당 지역에서 곧장 역풍이 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김포 사람들 입장에선 5호선 연장 이슈만 미뤄지고, 죽도 밥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길 거란 거죠.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의원 B도 “김포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서울시민 여론이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여파 속 시장직을 중도 사퇴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오 시장은 누구보다 서울 여론에 민감할 것이란 거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 빨간 넥타이)가 10월 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를 찾아 신형 김포 골드라인 전철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B 의원은 “성공하는 ‘선거 이슈’가 되려면 네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일단 찬반 여론이 딱 50대 50 수준으로 나뉘어야 하고,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쳐야 하며, 무엇보다 내 선거에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대중 전반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과거 성공적인 선거 이슈로 꼽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등이 이 공식에 해당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B 의원은 “그런데 김포 서울 편입은 서울과 경기 지역 내 반대가 60%로 더 높은데다, 수도권 외 지역 선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안이다. 오히려 ‘서울공화국’ 논란이 확산되면 선거에 이니셔티브는커녕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슬슬 반격을 위한 시동도 걸고 있습니다. 우선 ‘세수’ 키워드를 꺼내 들며 약한 고리 공략에 나섰죠.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3일 “김포시의 올해 예산 1조4063억 원 중 시가 거둬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세, 자동차세 등 ‘시(市)세’ 규모가 약 2587억 원인데, 서울시로 편입되면 이 세금을 서울시로 넘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시세 세입만 2587억 원이 감소한다는 거죠. 올해 1520억 원 규모였던 김포시의 재산세도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 700억 원 정도로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각 구로부터 재산세를 걷은 뒤 절반은 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구에 ‘n분의 1’로 나눠서 전달하기 때문에 김포시로선 모두 약 3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거죠.
한 민주당 의원은 “하남시도 서울 편입을 검토한다는데, ‘강남4구’로 불리는 것도 싫다는 강남 지역 사람들이 강남 범위가 하남까지 확장되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겠느냐”라며 “결국 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서울 시민들의 반대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5호선 연장’ 카드를 던졌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2일 “서울~김포 지하철 5호선 연장 문제부터 해결하자. 5호선과 관련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연장 확정을 이번 예산안에 담을 수 있도록 가져와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실제 김포 주민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교통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겁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한 주였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 속도전을 내겠다는 국민의힘과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민주당 중 누가 진짜 ‘꽃놀이패’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