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에 2만4000정의 돌격용 소총을 주문한 가운데 미국 관리들은 이 무기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강제로 쫓아내려는 이스라엘 민병대의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로 번질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요청한 반자동 및 자동 소총 등은 3400만 달러(약 442억4000만원) 규모다. 미국은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총기 업체들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고 있지만, 국무부 승인과 의회 공고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이 주문한 소총은 M4, MK18 등으로, 일부는 배송 준비가 완료됐으나 나머지는 아직 제작 중인 상태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이 소총을 경찰들만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주문을 살펴보면 소총이 민간에 지급될 여지를 열어뒀다고 NYT에 말했다. 주문서를 검토한 미국 관리들은 앞선 이스라엘의 대규모 소총 주문서와 비교했을 때 이번 주문서에는 소총이 민간 단체에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미국 관리들은 민간에 무기가 흘러 들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부연했다.
이스라엘 민병대가 무기를 얻는다면 가자지구에 국한된 분쟁이 서안지구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다.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무력행사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올해 초 하루에 3건 정도 발생하던 사망 사건은 지난 3주간 하루 평균 7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스라엘의 극우 지도자이자 국가안보부 장관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는 이미 서안지구 정착민들에게 1만 개의 무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총기 허가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과 가까운 서안지구 북쪽 지역에 돌격소총 900정이 배포됐으며 곧 수천 정이 더 배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인권 운동가들은 정착촌 확대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정착민에게 무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연정의 극우파들이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호소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서안지구로 분쟁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정착민의 공격을 비난하고 나섰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EU) 대변인은 “서안 지구의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갈등이 위험하게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