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진료받지 못한 우리나라 국민의 비율이 오스트리아의 30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진료비 부담보다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편이 불편해 병의원에 가지 못하는 ‘돌봄 체계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6일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8년 한국의료패널 조사에 참여한 만 18세 이상 1만3359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병의원 치료나 검사가 필요했는데 받지 못한 적이 있다”는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11.7%였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0.4%)나 네덜란드(0.8%) 등과 비교하면 15~30배로 높았다.
국내 지역별로는 강원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22.9%로 가장 높았고, 제주(16.2%)와 전북(14.3%)이 뒤를 이었다.
전남(4.9%)과 광주(5.7%), 울산(6.7%) 등과 비교하면 지역 격차가 최대 4배 이상이었다.
정 교수가 국내 미충족 의료 경험의 이유를 세 범주로 구분한 결과 ‘돌봄 부족’과 ‘시간 제약’, ‘진료비 부담’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정 교수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돌봄과 의료를 통합한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지역과 나이, 계층에 따른 ‘의료 소외’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보건행정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