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4월 인천 서구 발산초등학교에서 학교체육 지원 관련 업무협약식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학교체육을 늘리는 방안을 담은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교육부는 최근 학생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에서 ‘체육’ 과정을 따로 만들고 중학교 학교스포츠 클럽활동도 지금보다 30% 늘리는 방안을 담은 ‘제2차 학생건강증진기본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초등학생들의 음악 미술 신체 활동이 통합된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 활동 부분을 ‘체육교과’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체육교과를 분리할 경우 체육활동 시간을 보다 일정하고 안정되게 확보할 수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체육활동 증진 및 학교체육시설 보강 내용도 있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대외 활동 및 신체 활동이 크게 줄어든 학생들의 체력 저하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2015년 리크루트 관련 회사 ‘더 드라이브 그룹’에 따르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95%가 대학 시절에 스포츠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의 거대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 CEO 브라이언 모이니핸은 브라운대 재학 시절 역사를 전공했지만 럭비팀 주장이었다. 펩시콜라로 유명한 회사 ‘펩시코(PepsiCo)’를 크게 성장시킨 전 CEO 인드라 누이는 인도의 마드라스 크리스천 칼리지 재학 시절 그 대학 최초의 여성 크리켓 팀을 창단하는 데 앞장서고 선수로 뛰기도 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EY(Ernst & young)가 2013년 세계의 다양한 기업 고위직 82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C’로 표현되는 최고위직을 뜻하는 ‘C 레벨’에 오른 여성 중 96%가 초중고교 시절이나 대학교 시절 등 학창 시절에 스포츠 활동을 했다고 조사됐다.
스포츠는 참가자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팀워크를 통해 헌신과 대인관계를 배우게 하고 과감한 행동을 통한 결단력도 길러준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인내력, 목표 달성을 위한 훈련, 패배를 수용하며 나아가는 방법, 승부를 통한 적극성과 책임감도 스포츠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eBay) 및 컴퓨터 관련 회사인 HP의 CEO를 지냈고 주케냐 미국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기업가이자 정치인인 메그 휘트먼은 고교 시절 수영팀 주장이었고 라크로스, 테니스, 농구를 했다.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에도 라크로스와 스쿼시를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더 파워 오브 매니’를 통해 “나는 팀 스포츠를 가장 좋아한다. 비즈니스 팀을 꾸릴 때 나는 아직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인방어인가, 지역방어인가’와 같이 어릴 때 배웠던 농구 경구(警句)를 이용한다”며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스포츠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했음을 밝혔다.
학생들의 주 활동 공간인 학교에서 스포츠 활동을 늘리고 권장하는 것은 국민 체육 증진의 바탕이다. 지혜와 덕과 체력을 기르자는 ‘지덕체(智德體)’라는 개념을 ‘체덕지(體德智)’로 우선순위를 바꿔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는 요즘이다. 그동안 입시 위주 교육 등에 밀려 학교 체육이 소홀히 다뤄진 데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교육부의 방안은 환영하지만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학교체육 활성화가 다시 말뿐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